(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4월 1일부터 10만 명의 국민이 참여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가 시작되면서 실생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단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크지 않다. 디지털화폐는 은행 모바일 앱을 통한 'QR 코드' 결제로 사용할 수 있는데 그간 카카오페이 등도 같은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권 전문가들은 '지급·결제' 분야에 혁신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물건을 사고팔 때 등장하는 '제3자'(중개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부담이나 느린 정산 속도 같은 문제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4월부터 10만 명의 국민이 참여하는 '디지털화폐 테스트'(프로젝트 한강)를 실시한다.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로 국민들이 교보문고, 세븐일레븐 등에서 실제로 물건을 구매해보는 첫 실험이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현금 사용이 급감하고 디지털 결제가 일상화되자,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디지털화폐(CBDC)' 개발에 나섰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민간 디지털 자산이 법정화폐의 자리를 대체하지 못하도록 중앙은행이 통화 주권을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다.
다만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테스트 방식에 따르면, 이용자는 은행 모바일 앱에서 자신의 예금을 '예금 토큰'으로 전환한 뒤 QR코드를 통해 결제하게 된다.
이같은 QR 결제 방식은 이미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디지털화폐가 실제로 도입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포인트 결제'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디지털화폐의 핵심인 '프로그래밍 기능'에 주목한다. 이는 디지털화폐에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쓸 것인지'를 미리 설정할 수 있는 기능으로, 쉽게 말해 돈에 코드를 심는 것과 같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화폐가 기존의 '에스크로'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크로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제3자가 개입해 거래 대금을 보관해주는 서비스로, 서로 잘 모르는 사람끼리도 사기 걱정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한다.
특히 거래의 안전성이 중요한 전자상거래에서는 에스크로 서비스가 자주 사용된다. 이 연구위원은 "기존 에스크로는 제3자인 중개기관을 통해야만 이용할 수 있어 거래 때마다 해당 기관에 의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반면 디지털화폐의 예금 토큰은 '스마트계약'을 미리 설정해두면 거래 당사자 간 직접 주고받는 P2P(개인 간 직접 거래)방식으로도 에스크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디지털 바우처'(디지털 쿠폰) 사업에도 디지털화폐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20만 원을 지원할 때 '이번 달 안에, 식료품 매장에서만, 본인만 사용 가능'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기업이 직원에게 복지포인트를 지급할 때도 '사내 카페와 제휴된 피트니스센터에서만 사용 가능'하게 조건을 걸 수 있다.
현재 정부와 기업은 보조금, 상품권, 이용권 등 다양한 형태의 바우처를 발급하고 있지만 △높은 수수료 △복잡하고 느린 정산 절차 △부정수급 우려 등의 한계가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디지털화폐를 활용하면 중개기관 개입을 최소화한 채로 사용처, 품목, 기한 등 조건을 손쉽게 설정하고 대금 지급도 자동화할 수 있다"며 "금융 수수료 절감, 정산 절차 간소화, 사후 검증에 드는 인력과 예산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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