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직원들 '517억 부당대출' 반발했지만…"막을 방법이 없었다"

'부당 대출' 받은 직원, 본점에 연락해 "승인 거절해달라"
허울뿐인 '내부고발' 제도…진짜 '통제장치'는 없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의 모습. 2024.11.1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의 모습. 2024.11.1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자신의 친인척에게 517억 원의 불법 대출을 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우리은행 대출담당 직원들이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반발하며 막아선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대출담당 직원들은 대출을 지연시키거나, 승인을 거부하는 등 규정에 맞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 다만 직원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부당대출은 '상급자의 집요한 지시'에 의해 실행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은 상급자의 위법한 지시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통제장치 부재'를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은행은 검사 출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경영진을 감찰하는 '윤리경영실'을 신설하는 등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당 대출' 지시받은 직원, 본점에 연락해 "거절해달라"

지난 21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손 전 회장이 자신의 인사권을 활용해 친인척에게 합계 517억원의 불법대출을 해줬다며 손 전 회장 및 우리은행 임원 3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은 당시 우리은행 부행장 및 본부장에게 직접 연락해 자신의 친인척에게 대출을 실행하도록 압박하고, 2023년 4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형님을 잘 봐달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눈여겨볼 점은 우리은행 직원들이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반발하며 맞섰다는 것이다. 손 전 회장 친인척이 '브로커'로 활동한다는 사실은 2018년부터 내부 임직원 사이에서 알려진 상태였다.

우리은행 지점 직원들은 부당대출 신청이 들어오자 차주에게 "추가 자료를 달라"며 대출을 지연시켰다. 상급자의 압박에 대출을 신청하면서도 본점 직원에게 연락해 "대출 승인을 거절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본점 직원 역시 승인할 수 없다며 다시 지점으로 돌려보냈고, 부당대출의 문제점을 상세히 정리해 상급자에게 "대출을 실행할 수 없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대출담당 직원들은 인사평가 및 승진 인사권을 가진 상급자의 집요한 지시를 끝내 거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본문 이미지 - 친인척 부당 대출 혐의를 받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12.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친인척 부당 대출 혐의를 받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12.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허울뿐인 '내부고발'…진짜 통제장치는 없었다

검찰은 '실질적 통제장치 부재'를 이번 부당대출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한다. 직원들이 상급자의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할 수 있었던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사실 '통제장치 부재'는 비단 우리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별로 모두 내부고발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형식적 장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내부고발 제도로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대출 총책임자고, 인사권을 가진 상사가 부당 대출을 지속적으로 지시한다면 끝까지 저항할 수 있을 직원이 얼마나 있을까"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만약 내부고발 제도를 통해 부행장의 부당한 지시를 고발하면 결국 부행장이 이를 알게 되는 것 아니냐"며 "내부고발 제도가 실질적인 기능을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검사 출신' 파격 영입한 우리금융…'재발 방지' 총력

우리금융은 부당대출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특히 경영진을 감찰하는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검사 출신 이동수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를 실장으로 영입했다.

윤리경영실은 △그룹사 임원 감찰 △윤리정책 수립 및 전파 △내부자신고 제도 정책 수립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특히 금융권 처음으로 시행되는 '임원 친인척 개인(신용)정보 등록제'도 총괄하게 된다.

또 우리금융그룹은 올해부터 그룹 회장이 자회사 임원 선임에 관여하는, 이른바 '사전 합의제'도 폐지했다. 검찰은 "금융지주 회장의 독단적인 인사권 행사가 가능한 후진적 인사시스템도 이번 부당대출 사건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내부 신고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검사 출신 전문가를 영입한 시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내부고발 제도를 생각하지 않았던 직원들 사이에서도 '검사 출신은 다르지 않겠냐'는 식으로 기대감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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