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치 않은 보험사 M&A…'협상의 기술'이 필요한 때[영화in 보험산책]

메리츠화재, MG손보 인수 포기…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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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협상의 기술 포스터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드라마 '협상의 기술'은 부도 위기를 맞은 산인그룹의 M&A팀 이야기다. 건설업을 기반으로 시작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온 산인그룹은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부진으로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대출 연장 불가 통보를 받아 부도 위기에 몰린다.

산인그룹이 내년 상반기까지 막아야 하는 돈은 약 11조 원이다. 그리고 산인그룹의 주가가 10만 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사모엘 펀드에 담보로 맡겨진 주식이 넘어가 대주주까지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산인그룹은 일명 '백사'로 불리는 M&A 전문가 윤주노 팀장을 회사로 복귀시키고 그룹 정상화 임무를 맡긴다.

산인그룹 임원들은 당장 필요한 11조 원을 마련하기 위해 그룹 내에서 수익성이 가장 좋은 산인건설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들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하지만 산인그룹에 복귀한 윤 팀장은 그룹 임원진들의 생각과 반대로 산인건설 매각을 제안한다.

윤 팀장은 건설을 뺀 다른 계열사를 매각하는 것은 파는 게 아니라 버리는 것 같고 결국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산인그룹에서 제일 가치가 높은 건설을 팔아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임원들을 설득한다.

결국 산인건설은 7조9999억 원에 낙찰되지만, 실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재개발 불확실성까지 해결하면서 낙찰가보다 5000억 원 더 비싼 8조5000억 원에 산인건설 매각을 성공한다. 앞으로 산인그룹이 마련해야 하는 자금은 2조5000억 원, 윤 팀장과 M&A팀은 차차게임즈 인수를 통해 그동안 산인그룹에 전무했던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

M&A는 'Mergers and Acquisitions'의 약자로 기업의 인수와 합병을 의미한다. M&A는 기업의 성장 전략, 시장 점유율 확대, 자원 효율성 극대화 등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며, 기업의 성장과 재편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험업계에서 M&A는 익숙한 용어다. 현재 운영되는 보험사들 대부분이 M&A를 통해 탄생했고, 또 지금도 많은 보험사들이 M&A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메리츠화재는 MG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했다. MG손보 인수를 추진했던 메리츠화재는 노조의 반대에 막혀 실사조차 하지 못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했다. 이에 따라 MG손보의 청사·파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MG손보 노조는 인수합병의 모든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MG손보 정상 매각을 위한 특별위원회(가칭)' 구성을 제안하며, 시장에서 정상적인 평가를 통한 매각이 진행된다면 어떤 걸림돌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도 순탄치 않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단계 하향하기로 결론 내렸다.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하락은 지난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과 관련된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 적발되는 등 내부통제 부실 및 리스크 관리 실패가 원인으로 파악된다.

경영실태평가 3등급은 재무상태, 경영관리, 법규준수면에서 다양한 취약점들이 노출되고 있어, 이를 시정하기 위해 통상적인 수준 이상의 감독상의 주의가 요구되는 단계로, 금융지주회사가 새롭게 자회사 등을 편입하기 위해서는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미달하더라도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 정리 등을 거쳐 금융위가 요건이 충족됐다고 인정하면 편입 승인이 가능하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롯데손해보험도 인수 후보자도 찾지 못하고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다. 실제 지난해 우리금융은 예비입찰에 참여해 실사까지 했지만, 높은 가격 탓에 본입찰에는 응찰하지 않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2조 원대 매각가를 희망하고 있고, 시장에서는 1조 원대가 적정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 급감했고,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롯데손보의 인수가에 대한 평가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M&A는 "당사자밖에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밀스럽게 추진되고, 개인과 개인의 단순한 매입·매각을 넘어 기업의 이익과 직원, 그 가족들의 생계, 그리고 소비자 후생, 신뢰 등까지 얽힌 복잡한 계약이다. 보험사 M&A가 각각 다른 상황과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협상의 기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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