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100여일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국회에서 회동을 갖는다. 정부가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업계는 과세 인프라부터 정비해야 한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과세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정작 폐지안은 정기국회 중점처리 법안에서 빠졌다. 대신 시행 시기를 늦추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며 폐지보다 추가 연기에 무게가 실릴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오는 21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디지털자산 과세제도 개선 정책간담회'를 개최한다.
국민의힘 측은 정점식 원내대표와 임이자 정책위의장이 참석한다. 업계에선 닥사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원화거래소가 자리한다. 가상자산 과세 준비 상황과 제도 개선안,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간담회는 세 차례 미뤄진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까지 100여일을 남긴 시점에 열린다.
가상자산 과세는 지난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2022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2023년과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연기됐다. 내년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서 필요경비, 기본공제액 250만 원을 뺀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가상자산 과세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송언석 의원도 과세 근거를 삭제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그러나 폐지안은 지난달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선정한 정기국회 중점처리 법안에서 빠졌다.
이후 김상훈 의원은 과세 시점을 2029년으로 2년 미루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성국 의원도 지난달 초 과세를 2030년으로 3년 연기하는 법안을 내놨다. 당론은 '폐지'이지만 실제 법안 발의는 폐지와 유예로 나뉜 셈이다.
지난 2024년 말 과세 유예 논의를 주도했던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나섰다. 한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대표 시절 유예를 이끌었던 디지털자산 과세가 코앞으로 왔다"며 "아직도 과세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거래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2024년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나서서 막겠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다. 지난 5월 공개된 가상자산 과세 폐지 청원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회부됐다. 지난달 올라온 과세 2년 유예 청원도 이달 동의자 5만 명을 넘겼다.
업계는 과세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제도를 정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닥사는 이달 초 의견서에서 "과세가 필요하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면서도 "관련 인프라와 정보교환체계가 실질적으로 검증되고 규제 개편이 안정화된 이후로 시행 시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닥사는 △취득가액 검증 △거주자·비거주자 판정 △해외 거래소 정보 확보 △거래 유형별 과세기준 등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본공제액을 높이고 손실을 최소 5년간 이월해 이익에서 공제하는 방안도 요구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탈중앙화거래소(DEX)와 개인지갑, 해외 거래소는 거래내역과 실소유주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 자산 보고 체계(CARF)를 통한 국가 간 거래 정보 교환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한계가 있다. 국가마다 참여 시점이 달라 세원 포착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는 전 세계에서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 온체인 활동 중 CARF로 파악할 수 있는 비중이 약 14%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스테이킹과 렌딩, 에어드롭 등에서 발생한 수익의 과세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반면 정부는 내년 과세를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시간을 상당히 미뤄 놓은 상황"이라며 "지금 출발하는 게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의 85%가 보유한 가상자산이 500만 원 미만이고 기본공제액도 250만 원인 만큼 상당수 투자자의 세 부담은 미미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번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가 유예에 힘을 싣고 관련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세 폐지가 당론이어도 시행을 유예하고 과세 체계를 정비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간담회에서 단순히 과세 찬반을 따지기보다 실제 과세가 가능한 수준으로 인프라가 갖춰졌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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