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은행권은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점포 폐점을 막기 위해 지난 2023년 4월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만들어 폐점 절차를 강화했다.
그러나 실제 점포 통폐합 과정에서 사전·사후 평가가 이행된 사례는 드물다. 은행 점포폐쇄 공동절차에는 '도보생활권(반경 1㎞) 내의 점포 합병 등의 경우에는 미적용'이라는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보생활권 규정조차 어기는 사례들이 등장해 은행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부천테크노파크지점 이전 건에 대해 은행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국회 지적을 받아들여 사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이 점포 이전에 대한 사후평가 절차를 도입한 이후 국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중 첫 사후 평가 사례지만, 자체적인 노력이 아니라 외부의 지적에 따라 추진돼 의미가 퇴색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부천테크노파크지점을 부천내동금융센터로 통폐합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해당 지점의 반경이 1㎞ 이내라고 밝혔지만, 실제 두 영업점 사이의 직선거리는 1.2㎞였다. 도보 이동 시 최단 거리로 1.4㎞로 왕복 46분이 걸리는 거리다.
은행들은 실질적인 사전 영향 평가가 가능하도록 평가 체계를 개선하고 사후 평가를 신설해 고객들이 폐점 이후에 겪는 불편 사항도 살피겠다고 했지만 '도보생활권(반경 1㎞)' 이내에 점포로 이전 시 예외를 적용한다는 조항을 두었고, 대부분의 점포 통폐합이 이에 해당한다며 사전·사후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예외규정의 기준이 되는 도보생활권을 벗어났음에도 우리은행은 최초 별다른 사전·사후 평가 없이 점포 통폐합을 추진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현장에서 관련 지적이 나왔다. 당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실 1㎞가 넘은 건데 아닌 것처럼 표시해서 점포 폐쇄를 일방적으로 한 사례가 밝혀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직접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고, 그제야 우리은행은 해당 지점 이전에 대한 사후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관련 지적이 나오자 그동안 1㎞ 거리를 넘겨 이전한 나머지 5개 점포에 대해서도 사후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도보생활권 1㎞ 기준을 명목적으로는 준수했지만 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2월 KB국민은행은 27곳의 점포를 이전해 오는 10일까지 통폐합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이들 점포들에 대해서 '도보생활권 내 점포로 통폐합된다'는 이유로 사전 평가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들 점포는 직선거리로는 1㎞를 넘지 않았지만, 도보 이동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27곳 중 11곳이 1㎞를 넘었다. 그중 국민은행 안락동점은 토곡점으로 통폐합이 결정되었는데, 두 지점 사이의 직선거리는 990m지만 도보로는 1.4㎞다. 왕복 40분이 넘는 거리다.
더불어 국민은행 상일동점의 경우 인근 하남시의 하남황산점으로 이전했다. 직선거리로는 900m 남짓이지만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를 지하로 통과해 시 경계를 넘어야 하며 횡단보도 등을 고려했을 때 왕복 30분이 넘는 거리다.
이외에도 은행들은 1㎞ 룰을 내세워 별다른 조치 없이 점포를 폐쇄하고 있어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점포 폐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금융사의 자율 문제"라면서도 "반경 1㎞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거리와 관계없이 영향 평가를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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