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이 16일 개봉하는 가운데, 전날인 15일 36.4%로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이 주연한 이 영화는 평범한 범죄물처럼 보이지만, 독특한 소재와 오랜 취재에 기반한 실감 나는 이야기,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력으로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이후부터 의외의 호평을 받고 있다.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 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영화의 제목인 '야당'은 마약 세계에서 수사기관의 브로커 역할을 수행하며 이익을 취하는 마약범을 뜻하는 은어다.
주연 배우인 강하늘에 따르면 '야당'은 80~90년대 소매치기 조직들이 자기 조직과 관련한 정보를 경찰에 팔아넘긴 다른 조직을 '야당'이라고 부르고, 그들의 그런 행동을 '야당질'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용어는 소매치기 범죄가 줄어든 근래에는 마약 범죄 조직 사이에서 비슷한 상황에 쓰이게 됐고, '야당'은 이를 소재로 해 만든 영화다.

처음 영화 '야당'의 제목을 접한 관객들은 이 영화를 정치 스릴러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강하늘도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 역시 처음 시나리오와 함께 영화의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이 영화를 정치 영화로 오해했다며 "누구나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시나리오를 열기도 전에 '이 시점에 정치 영화라, 괜찮을까?' 하는 마음으로 열었는데,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야당'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의외의 면이 있는 작품이다. 예상을 깨는 제목과 더불어 이 영화가 보여주는 또 다른 의외의 면은 '반전 캐스팅'이다.
이 영화는 범죄자와 경찰 사이에서 마약 범죄 관련 정보를 주고받으며 돈을 버는 브로커인 '야당' 이강수(강하늘 분)와 야심 가득한 정치 검사 구관희(유해진 분), 열혈 경찰 오상재(박해준 분), 유력한 대선 후보의 2세인 조훈(류경수 분)과 여배우 엄수진(채원빈 분)까지 다섯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연출자인 황병국 감독은 '미담제조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선한 인상의 강하늘을 촐랑거리는 '양아치' 느낌의 야당 역으로 캐스팅했다. 또한 선한 역을 많이 한 유해진에게 야심 많은 검사 역을, 캐스팅 당시만 해도 '부부의 세계' 이후 '국민 불륜남' 이미지로 유명했던 박해준에게 의협심 강한 형사 역을 맡겼다. 그 결과 연기파 배우들의 변신이 보는 이들에게는 이 영화의 신선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배우 활동과 감독 활동을 병행하는 황병국 감독의 14년 만의 연출 복귀도 이번 영화가 품은 의외의 지점이라 할 수 있다. 황병국 감독은 영화 '부당거래'(2010)와 '검사외전'(2016) 등에서 국선 변호사 역을 맡으며, '국선 변호사 역 단골 배우'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최근까지도 영화 '서울의 봄'(2023) '이웃사촌'(2020) '히트맨'(2020) '브이아이피'(2017) '아수라'(2016) '터널'(2016) 등에 출연해 관객들의 눈에 익은 신스틸러로 여겨왔다.
사실 황병국 감독은 배우 데뷔보다 감독 데뷔가 더 빨랐다. 90년대 '태양의 없다' '무사' 등의 연출부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나의 결혼 원정기'(2005)로 감독 데뷔해 호평받았다. 두 번째 작품인 액션 영화 '특수본'(2011)을 선보인 뒤부터는 감독 활동을 잠시 뒤로 하고 배우 활동에 전념해 왔는데, 류승완, 김성수 등 이름난 감독들과의 작업이 그의 연출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병국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14년간 영화를 계속 준비했지만, 세 편이 엎어지니 10년이 그냥 가더라"며 "영화를 계속 준비하는 기간에 영화에 대한 소중함, 연출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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