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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정치 검사와 되바라진 정치인 2세,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마약 사건. 이를 추적하는 집요한 형사. 어딘지 낯이 익은 이 설정은 '야당'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다. 아마도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가 아니면 그냥 지나쳐 가는 요즘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보일 수 있는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야당'(감독 황병국)은 익숙한 재료로 예상 못 한 맛의 재미를 만드는 것이 아직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K-범죄 액션물의 건재함을 증명한다. 거기에는 '하드코어하다'는 느낌을 주는 수위 높은 액션과 배우의 이미지를 활용한 반전 캐스팅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7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야당'은 '야당'이라 불리는 이강수(강하늘 분)의 특이한 직업을 설명하며 시작한다. '야당'은 마약 세계에서 수사기관의 브로커 역할을 수행하며 이익을 취하는 마약범을 뜻하는 은어다. '야당' 강수도 경찰과 짜고 미끼가 되는 마약범에게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수사협조확인서를 제시해 돈을 받고, 미끼를 통해 알아낸 정보로 경찰이 더 큰 마약 밀매 조직을 잡을 수 있게 돕는다.
강수의 '야당질'은 검사 구관희(유해진 분)와 엮이면서 시작됐다. 과거 대리운전을 하며 근근이 먹고 살던 강수는 손님이 건넨 음료를 받아마신 뒤 마약범으로 현장 체포돼 누명을 쓰고 형을 살게 된다. 구관희는 수감된 강수에게 접근, 같은 감방에 수감된 유명 마약범들에 대한 정보를 빼내고 그것을 발판으로 굵직한 마약 사건을 해결하며 성공 가도를 달린다. 그 과정에서 강수와는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고, 출소한 강수는 구관희의 제안으로 야당 일을 시작한다.

구관희는 강수가 물어다 준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 조택상의 아들 조훈(류경수 분)의 연루된 마약 사건에 관심을 갖는다. 한편에서는 유명 여배우 엄수진(채원빈 분)을 검거한 마약수사대 옥황상제 형사 오상재(박해준 분)가 엄수진을 이용해 마약 파티 현장에서 조훈 일당을 일망타진하려고 준비한다.
그러나 야당 이강수의 조력 덕에 구관희 검사가 마약 용의자들을 가로채 간다. 허탕을 친 오상재는 분통을 터뜨리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권력만을 위해 달려온 구관희가 조택상의 매수에 넘어가 조훈을 풀어준 것. 그는 오히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자신의 측근 이강수를 배반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강수는 강제 마약 투약을 당한 뒤 폐인이 돼버리고 오상재는 뇌물 사건에 연루돼 무력해진다.


'야당'은 반전 캐스팅의 묘미가 있는 영화다. '미담 자판기' 강하늘은 이 영화에서 선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촐랑거리는 주인공 '야당' 이강수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검사 구관희를 연기한 유해진은 얼핏 인간적으로 보이지만, 득실득실한 출세욕에 사로잡힌 비굴한 인물을 탁월하게 보여주었는데, 최근작인 '파묘'나 '도그데이즈' '달짝지근해: 7510' 등에서 보여준 선한 캐릭터와는 정반대인 인물이라 흥미롭다. 간만에 악당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그의 변신이 반가움을 안긴다. 형사 오상재를 연기한 박해준이나 마약쟁이인 조훈을 연기한 류경수, 배우 엄수진을 연기한 채원빈 등도 기존의 이미지에서 더 나아간 캐릭터를 연기하며 관객들의 몰입을 이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술을 담당한 허명행 무술 감독의 액션은 예상을 뛰어넘는 하드코어한 면모를 보여준다.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만큼, 과감한 액션신은 영화에 스펙터클을 더한다. '야당'이라는 인물의 설정이 쉽고 판타지적이며, 오상재와 엄수진의 서사에 들어간 신파가 다소 작위적이고 익숙한 느낌을 주지만 마지막의 반전 한 방이 주는 즐거움이 이 같은 아쉬움을 상쇄한다. 좋은 의미로 '야당'은 '내부자들'과 '베테랑'의 매력을 일부 계승한 K 무비 스타일의 오락 영화다. 상영 시간 123분. 오는 16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