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따라 반전 흥행? 유아인 리스크 '승부' 주목 [N초점]

이병헌·유아인 주연 영화 '승부'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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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포스터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이병헌 유아인 주연의 '승부'가 지난 2021년 크랭크업 후 표류 4년 만에 빛을 본다. 주연배우 유아인의 마약 파문으로 공개가 불투명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오는 26일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영화 전개상 문제의 배우를 지울 수 없었던 '승부'가 리스크를 안고서도 순항할지 주목되고 있다.

이날 개봉하는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 분)이 제자 이창호(유아인 분)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바둑 레전드 조훈현 국수(國手)와 바둑 신동이자 그의 내제자였던 이창호의 사제지간 대결과 실화가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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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스틸

'승부'는 당초 연기 레전드 이병헌과 대세 유아인이 스승과 제자이지만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었던 얄궂은 운명의 두 바둑 레전드를 연기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유아인이 지난 2023년 2월 마약 파문을 일으키면서 '승부'를 비롯한 차기작들이 비상에 걸렸다. 유아인은 결국 상습 마약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지난해 9월 법정 구속됐고, 최근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구속 5개월 만에 석방됐다.

유아인이 석방됐을 시기 '승부'도 극장 개봉을 고지하며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포스터부터 예고편까지 유아인의 존재를 지웠고, 취재진에 공유하는 프레스킷에도 유아인 캐릭터에 대한 소개조차 없었다. 극 중 이창훈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배우 김강훈을 부각하는 등 홍보 단계에서 유아인의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다만 사제지간과 라이벌이라는 구도상 본편에서는 유아인의 분량을 살리는 선택밖엔 없었다. 김형주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본편 이야기 구조와 기획 의도에서 비춰볼 때 완성된 영화를 다시 편집하는 게 이야기가 성립이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한 "(유아인이 맡은 이창호를) 언급 안 하고 이야기를 진행하기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영화가 공개되고 나면 그 부분들을 충분히 납득하실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본편의 흐름상 서사는 조훈현의 관점에서 흘러가지만, 그의 바둑 인생을 흔드는 이가 제자 이창호였던 만큼, 유아인은 김강훈이 연기한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 영화의 80~90분의 분량을 채운다. 당시 스승을 이긴 제자의 대결을 두고 '쿠데타'라 일컬었을 만큼, 이창호는 10대 나이에 국내 최강자인 조훈현 9단을 넘어서는 놀라운 기재를 보여준 이였고, "바둑의 본질은 공격" "물고 뜯고 싸우라"는 스승에게 "스타일이 똑같아야 하냐"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만의 바둑을 두겠다"던 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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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스틸

유아인은 이창호의 유년 시절을 빼닮은 듯한 외형과 '석불'로도 불렸던 묵묵하고 흔들림 없는 내면을 보여준다. 좀처럼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과 고도의 집중력으로 스승과 대국을 벌이는 장면은 바둑을 잘 모르는 관객도 몰입할 수 있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창호는 "제자를 상대로 너무 무자비한 것 아니냐"는 공격을 보여준 스승 조훈현을 상대로 투박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질긴, 그리고 지지 않는 바둑으로 자신만의 기풍을 보여주며 흥미를 더한다.

한 지붕 아래서 살아온 사제지간은 바둑판에선 서로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프로의 숙명 앞에서 고뇌한다. 적수가 없었던 조훈현은 자신이 재우고 먹이고 가르쳐온 제자에게 패배감과 절망을 느낀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거뜬히 제자를 이길 줄 알았던 이 스승은 "언제든 질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배우고, 결국 바둑은 답이 없지만 답을 찾아야 하는 냉혹한 승부이고,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제자가 자신의 타이틀을 전부 석권하면서 "이제 내가 도전한다"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까지 이병헌과 유아인의 연기 시너지가 큰 울림을 준다.

마약 파문이 일기 전 유아인은 연기력으로 많은 신뢰를 받았다. 이번 작품의 정적인 대국에서도 그는 연기의 자장을 느끼게 하는 힘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승부' 측은 관객들의 반감을 낮추기 위해 배우의 사생활 문제에서만큼은 단호한 대처를 보였다. 김형주 감독 또한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유아인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주연배우로서 무책임할 수도 있고 실망스러울 수 있는 사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배우이기 전에 한 사회 구성원으로 잘못을 범했고 거기에 맞는 처벌을 받고 있는데 개인적 소회를 밝히면 영화 대사처럼 지옥 같은 터널에 갇힌 느낌이었다"며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막막했지만 개봉이란 한 줄기 빛이 보여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라 감격스럽다"고 털어놨다.

이는 '소방관' 개봉 당시 곽경택 감독이 보여줬던 단호한 모습과 비슷하다. 곽경택 감독 또한 주연배우 곽도원의 음주 운전 물의로 '소방관'이 4년 만에 개봉하게 되면서 적잖게 마음고생을 했다. 당시 곽경택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저도 사람이니까 원인 제공자에 대한 원망이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제작보고회에서는 "솔직한 제 심정을 말하면 아주 미웠다, 본인이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깊은 반성과 자숙의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이 작품을 위해 노력해 준 투자자들과 배우들, 스태프들이 있기 때문이란 답변으로 공감을 얻었다.

'소방관'과 '승부'의 배급사가 같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두 작품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선보이려 했으나 영화 사업을 철수하면서 바이럴 마케팅 회사로 잘 알려진 바이포엠스튜디오가 배급을 맡게 됐다. '소방관'은 누적 385만 명, 또 다른 배급작인 '히트맨2'는 254만 명으로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면서 '승부' 또한 경쟁력을 보여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 노하우를 영화 마케팅에도 적용해 두 영화 흥행에 성공한 만큼, 언론시사회 이후 호평을 이끌어 낸 '승부'의 최종 성적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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