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애니메이션 '퇴마록'이 박스오피스 복병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퇴마록'(감독 김동철)은 파문당한 신부 박윤규, 무공을 위해 밀교를 찾은 현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예언의 아이 준후가 합세에 거대한 악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애니메이션. 90년대에 나와 누적 판매 부수 1000만 부를 달성한 'K-오컬트의 바이블' 소설 '퇴마록'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원작자인 이우혁 작가가 크리에이터로서 영화의 기획과 캐릭터 가이드, 설정 등 영화의 전반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지난 21일 개봉한 '퇴마록'은 일주일째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지키며 의외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6일까지 6일간 모은 누적관객수는 16만 9517명. 마블 영화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와 아이돌 출신 배우 진영과 다현이 주연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도경수 원진아 주연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쟁쟁한 경쟁작 사이에서 이뤄낸 성과라 의미가 있다.
'퇴마록'은 시의적절한 기획이다.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2015)이나 '파묘'(2024)를 위시한 오컬트 분위기의 장르물들이 지난 10년간 국내 극장가에서 크고 작은 성공을 거뒀고, 그로 인해 K-오컬트 장르는 현재 한국 영화 트렌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90년대 인터넷 소설로 시작해 소설로 출간되기도 한 '퇴마록'은 K-오컬트의 원조 격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인기와 방대한 세계관으로 볼 때 충분히 2차 창작물로 제작될 가치가 있었다.
앞서 '퇴마록'은 1998년에 한 차례 실사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원작의 세계관을 살리기는커녕, 설정만 겉핥기식으로 따 온 내용으로 인해 비판받았고 흥행에 참패했다. 하지만 약 27년 뒤에 나온 애니메이션 '퇴마록'은 애초에 원작자를 크리에이터로 합류시켜 작업을 진행하며 원작의 재미를 살렸다. 특히 연출자인 김동철 감독은 원작자와의 소통을 통해 원작 캐릭터와 에피소드 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덕에 기존 독자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비판의 여지를 없앴다.
일각에서는 이 영화가 제2의 '슬램덩크'처럼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90년대부터 인기를 끌었던 '슬램덩크'의 신작이자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2)는 원작을 알고 있는 3040 관객들 뿐 아니라 흥행이 장기화하면서 원작에 친숙하지 않은 1020 관객들을 끌어들이며 뒷심을 얻었다. 그 결과 누적 49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괄목할 만한 흥행을 거뒀다.
27일 CGV 에그지수에 따르면 '퇴마록'을 가장 많이 본 세대는 30대(34%)와 40대(31%)이며 그 뒤를 50대(18%)와 20대(15%)가 잇고 있다. 실관람객의 감상 후 평가인 골든 에그 지수는 96%로 높은 편이다. 개봉 초기인 현재는 '퇴마록'의 기존 팬층이라 할 수 있는 3040 관객들이 많지만, 이 같은 호평에 힘입는다면 1020대 관객들의 유입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소설 '퇴마록'은 MZ세대 독자가 주 고객인 '밀리의 서재'에서 지난 19일부터 전자책으로 서비스되고 있는데, 밀리 랭킹 소설 분야 주간 베스트 1위를 차지하는 등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주 독자층은 30대 여성과 20대 여성으로 영화 흥행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요 관객층과 일치한다. 전자책 서비스와의 시너지 역시 이 작품의 흥행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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