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배우·극단 대표·대학원생·유튜버·블로거·작가…. 이주화를 수식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하나만 제대로 해내도 어려울 일들을 이주화는 하나도 빠짐없이 잘 소화해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열정 넘치는 '에너자이저'가 연상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 1993년 KBS 1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주화는 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하 '사랑과 전쟁')을 출연하며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사랑과 전쟁'으로 대표되는 이미지가 그의 전부는 아니다. 이주화는 '내 친구 지화자', '20세기 작가' 등 다수의 연극에 출연하며 내공을 다져왔고, 연기에 대한 애정으로 극단을 창단했다. 그러면서도 영화와 TV 프로그램 출연, 공부 등으로 본인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는 여느 여배우들처럼 이주화 역시 '워킹맘'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면서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주화는 '열정의 근원'이 되는 가족들 덕분에 연기에 대한 의지를 더 불태울 수 있었고, 일과 가정 모두에서 행복을 찾으며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올해로 데뷔 28주년을 맞은 이주화는 여전히 연기를 하는 게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더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을 찾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반갑다. 바쁘게 지낸다고 들었는데, 근황이 궁금하다.
▶극단을 만든 뒤 문화 기획 대학원에 다니는 중이고, 최근 줌을 활용한 독립영화 촬영도 마쳤다. 또 이번 달에 개막하는 연극 '노르망디'를 준비하고 있다.
-'노르망디'는 어떤 작품인가.
▶전남의 한 섬마을에 사는 학생들을 통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의 아픔을 담아낸 연극이다. 우리 극단에서도 연극을 하니 외부 작품까지 하기가 빠듯한데, '노르망디'는 작품이 갖고 있는 메시지가 좋아 참여하게 됐다. 이 연극이 역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데다, 극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배우로서 잘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 관련 공부를 꾸준히 하는 중이다.
-최근 연극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극단 한울타리도 운영하고 있지 않나.
▶한울타리 극단은 KBS 공채 탤런트들이 모여 만든 극단이다. 다들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배우가 된 인재들인데 일이 없는 게 안타깝더라. 그래서 무대를 만들어놓으면 동료들이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고 후배들도 생기지 않을까 해 만들게 됐다. 그때 다른 극단에 있던 KBS 출신 동료들도 합류해주고, 다들 조금씩 지원을 해줘서 극단을 만들 수 있었다. 정극단이 되려면 2년 안에 네 작품을 해야 하다 보니, 창단 후 연극에 집중했었다. 덕분에 올해 4월에 정극단이 됐다.
-지난해에는 화상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연극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해 연극계가 정말 어렵지 않나. 극단을 만들었으니 공연을 올려야 하는데 할 수가 없는 거다. 고민을 하다가 '여기 배우가 있다'는 걸 알리고자 줌 공연을 기획하고 비대면으로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책임감, 간절함이 있었던 것 같다. 딱 한 번 전체 리딩을 한 걸 제외하고는 오디션부터 연습, 공연까지 전부 화상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하더라. 이렇게 길을 닦아놓으면 나중에 이러한 형식을 시도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연기에 대한 애정이 넘쳐 보인다. 연극을 위해 삭발을 했던 경험도 그러한 열정으로 인한 일인가.
▶당시 올린 연극 '내 친구 지화자'가 극단 창단 공연이었다. 너무 좋은 대본에 배우들도 연기를 잘해서 잘됐으면 했다. 그러면서 대본 리딩을 2~3번 정도 하니 캐릭터가 삭발을 하면 좋겠어서 내가 먼저 연출진에 '삭발을 해야겠네요'라고 제안했다. 가짜로 연기하면 안 되겠더라. 덕분에 역할에 더 충실할 수 있었다. 그런 역이 또 들어와도 다시 삭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극이 주는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TV 드라마는 녹화를 해 대중에게 선보이지만, 연극은 NG가 없다. 그냥 생방송처럼 진행되는 건데, 무대에 오르면 관객들이 시선이 바로 느껴진다. 그래서 무대에 오를 때는 늘 떨리지만 그 안에서 연기를 하면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출연작 중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은 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다. 연기 열정에 비해 이미지가 한정적인 게 아쉬울 수도 있을 듯한데.
▶전혀. 오히려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최근에 유튜브를 통해서도 '사랑과 전쟁'을 볼 수 있어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다. 내가 당시에 열심히 했기에 강한 인상으로 기억해주시는 게 아닐까. 수많은 배우들 중 나를 알아봐 주시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매체 연기도 열어두고 있는지.
▶당연하다. 내가 1년 동안 해외로 여행을 간 적이 있어 잠시 연기를 쉰 뒤 연결이 잘 되지 않고 있지만, 닫아두지 않고 작은 역이라도 하려 한다.
-그때 다녀온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에는 책을 냈다.
▶내 인생 모토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 하자'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내일로 잘 미루지 않는다. 그래서 1년 동안 여행을 가게 됐는데 정말 하루하루가 너무 설레고 즐거웠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참 좋더라. 그 기록들을 글로 적은 게 시작이었다. 당시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여행의 기록들과 여행지의 소리를 녹음해서 여행에세이처럼 그분들에게 제공하면 어떨까 싶더라. 그쪽에서도 흔쾌히 좋다고 하셔서 글과 현지의 소리를 녹음해 보낸 게 90편 정도 된다. 이걸 모아서 책으로 내게 된 거다.
-유튜브 '이주화TV'에도 여행기를 올리고 있지 않나.
▶맞다. 그 유튜브 채널을 만든 게 여행기를 올리기 위함이었다. 책을 낸 뒤 가족 여행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라. 궁금증을 풀어드리고 에피소드도 올리면 좋을 것 같아 영상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후배들이 '연기에 대한 것도 올려주시면 안 돼요'라고 해서 다른 분야 영상도 올리는 중이다.

-워킹맘으로서 활동을 이어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닐 듯한데.
▶육아와 병행하는 게 아무래도 힘들었다. 출산을 하고 아이와 애착 관계가 생기는 동안은 일을 안 했는데, 유모차를 끌고 가면서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다행히 연기를 할 수 있게 되면서 후배들에게 '걱정 마'라고 할 수 있는 선배가 돼 좋다. 물론 아이를 챙기면서 일을 하는 게 쉽진 않다. 그래도 내 열정의 근원은 가족들이라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올해가 데뷔 28주년이다. 돌아보면 어떤가.
▶정말 하나하나 도전해가면서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만큼 올라왔구나를 느끼고 있다.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앞으로도 연기를 할 때마다 내가 맡은 배역이 살아 숨 쉴 수 있게 하고 싶다. 30주년에는 모노드라마를 하고 싶은데, 그때가 되면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될 것 같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한울타리 극단이 정극단이 됐으니 더 많은 공연을 올리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내후년이 데뷔 30주년이라 모노드라마를 하고 싶고, 딸과 함께 편지를 주고받는 에세이 형식의 책도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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