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건설·설비투자 등 내수 부진에 수출마저 시원찮은 모습을 보이면서 전기 대비 0.2% 역성장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성장 흐름이 '-0.2%→0.1%→0.1%→-0.2%'로 이어지며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4분기 연속 0.1% 이하 '제로 성장'을 기록했다.
정부는 2분기 조기 대선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추경이 단행되면 1분기보다 성장률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국발 관세 영향이 아직 미지수여서, 당초 예상(2분기 0.8% 성장)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성장 기록 자체는 지난해 2분기(-0.2%) 이후 3분기 만의 일이다. 다만 소수점까지 봤을 때 당시 기록인 -0.24%를 하회하면서 전기 대비 성장률 기준으로 2022년 4분기(-0.5%)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번 역성장은 한은의 지난 2월 전망치(0.2%)를 0.4%포인트(p) 크게 밑돌았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1월 정치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부진했다가 2~3월 경제 심리가 개선되면서 회복하는 흐름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정치 불확실성의 정도가 이전보다 컸고 지속 기간도 길었다"면서 "3월에는 미국의 관세 부과 예고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 심리 부진 등으로 경제 활동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초 한은은 수출이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신제품 대기 등으로 인해 수요가 둔화하면서 1.1% 감소했다. 그나마 수입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에너지 수입 감소와 천연가스 장기 계약 만료로 인해 2.0% 줄면서 순수출은 늘었다.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마이너스를 보인 것 또한 2020년 2분기 이후 4년 9개월(19개 분기)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엔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한국 경제 성장률이 전기 대비 -2.7%, 전년 동기 대비 -2.6%를 기록했다.
2분기 성장률은 1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국장은 "2분기 내수만 봤을 때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 지난해 10월부터 기준금리 0.75%p 인하 효과 등에 힘입어 민간 소비 중심으로 소폭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내수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1분기보다는 경제 심리가 확실히 좋아질 것이고, 조기 대선에 따른 예산 집행이 비영리 단체 중심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정부 소비 쪽 증가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 투자의 경우 공공 투자가 늘어난다면 투자 부진이 완화될 수 있고, 설비 투자는 이번에는 일시 조정이 있었으나 중기 시계로 보면 가장 좋은 상황이어서 다시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적극적인 정부 재정 지출이 기대돼 2분기는 조금 더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국장은 다만 관세 영향 등으로 인해 "2월 전망에서 제시한 전망치(0.8%)에는 조금 못 미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분기 성장률을 가장 크게 끌어내린 것은 건설투자였다.
1분기 건설투자는 3.2% 급감해 성장률에 -0.4%p를 기여하면서, 전체 마이너스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국장은 "내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건설 투자 부진"이라며 "지난해 2분기부터 경제 성장률의 주된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 부진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국내 주택 사업 등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해 건설 업체들이 최근 해외 건설 수주 쪽으로 눈을 많이 돌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설비투자도 2.1% 줄어 전체 성장률을 0.2%p 낮추는 데 기여했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는 각각 0.1% 감소했지만, 성장 기여도는 0.0%p 보합으로 분석됐다.
오로지 순수출만 0.3%p 플러스 기여도를 나타냈다.
민간소비와 관련해 이 국장은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은 아니지만 예전만큼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높은 가계부채 수준과 빠른 고령화 진전 속도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내구재 소비가 크게 늘었던 데 따른 기저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의류, 신발, 식료품 등 준내구재·비내구재는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가격 수준이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소비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이 국장은 "코로나19 이후 5년이 지나 내구재 교체 시기가 다가오는 측면은 긍정적"이라며 "준내구재, 비내구재는 가격 안정화가 소비 개선에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얼마나 하향 조정될지에 대해선 한은은 일단 답변을 미뤘다.
한은은 다음 달 전망에서 국회 심사 중인 추경과 미국·주요국 간 무역 협상 진전 여부, 경제 심리 회복 속도 등을 반영한 수정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1분기 역성장과 관세 불확실성 여파로 기존 1.5%보다 낮은 연간 1.1~1.2%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이 국장은 "(1분기 부진을 고려한) 기계적 계산에는 큰 의미가 없고 오히려 혼선을 줄 수 있다"면서 다음 경제 전망을 참고할 것을 당부했다.

다만 연초 수출이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미치지 않았음에도 당초 기대보다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추후 관세 부과에 따른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 국장은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미국 등의 관세 영향인데, 정확히 어느 정도일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1분기 수출에는 관세 영향이 분명히 드러나진 않았다"며 "이달 20일까지는 반도체 수출이 밀어내기 수출 등의 영향으로 좋게 나왔기 때문에 1분기 수출 둔화는 글로벌 산업 경기 부진의 영향이 더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국장은 "기본적으로 수출은 현재까지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