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4월 중순까지 우리나라 수출이 1년 전보다 5%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수출 품목 중 반도체를 제외한 9개 품목이 나란히 줄어들었고, 대미 수출은 14% 넘게 급감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쇼크'가 빠른 속도로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3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2%(18.7억 달러) 감소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년 전과 같은 15.5일이었다.
월간 기준 수출은 2~3월 두 달 연속 증가 흐름을 보였지만, 4월 들어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 1월에는 설 연휴 영향으로 15개월 만에 감소한 바 있다.
수출 품목별로는 주요 10개 품목 중 반도체(10.7%)만 유일하게 증가했다. 승용차(-6.5%), 석유제품(-22.0%) 등 9개 품목은 일제히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미국(-14.3%)으로의 수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세계 각국에 일방적인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점이 수출 둔화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당초 미국은 우리나라에 25%의 상호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으나 90일 동안 유예해 현재는 일부 품목에 기본 관세 10%를 매기고 있다.
중국(-3.4%), 베트남(-0.2%) 등 주요 아시아 국가에 대한 수출도 줄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이들 국가의 대미 수출이 줄면서 나타난 간접 효과로 분석된다.
유럽연합(EU·13.8%), 대만(22.0%) 등으로는 수출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4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8%(45.7억 달러) 감소했다.
반도체 장비(9.8%), 정밀기기(2.9%) 수입은 증가했고 원유(-29.5%), 반도체(-2.0%) 등은 감소했다. 특히 국제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 수입액(원유·가스·석탄)이 27.9%나 급감했다.
국가별로는 일본(3.2%), 베트남(6.3%)으로부터 수입은 늘었고, 중국(-7.6%), 미국(-10.1%), EU(-17.3%)에서는 줄었다.
수입이 수출을 소폭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4월 중순까지 수출 상황은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우려됐던 피해 양상과 유사하다.
대미 수출 비중이 낮은 반도체는 수출이 늘었지만, 대미 수출 비중이 51%로 높아 관세에 민감할 것으로 분석된 자동차는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의 비중이 클수록 관세 부과 등이 직접적인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수출 감소는 대미 우회 수출 경로를 통해 확인된 관세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출 감소세가 확대될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연초 지속된 미국의 관세 부과 예고로 3월 선주문이 몰려 4월 중순까지 수출이 줄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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