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이번 주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상호관세 협상에 나서는 가운데, 조선 협력·LNG·무역균형 등 3대 주요 의제 외에 추가로 거론될 의제가 무엇일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무역과 안보를 연계한 '원스톱 쇼핑'(포괄적 협상)을 강조하고, 앞서 진행된 미일 관세 협상에서 방위비 문제를 공식 연계한 것을 고려하면 한미 관세 협상에서도 방위비 분담금 논의는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다.
일각에선 한미 간 무역협상에 양측 통상 수장에 더해 재정 사령탑까지 동반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나 미국의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의 국채 매입 확대 요구도 협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미국 정부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2+2회담'의 시기와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조선·액화천연가스(LNG)·무역균형의 '3대 분야'가 될 예정이다. 정부도 3대 분야를 중심으로 부처별 역할 분담을 나누고 준비를 본격화한 상황이다.
다만 이외에도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와 미국 국채 매입 확대 등도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차 미국을 찾은 일본 대표단을 직접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깜짝 만남'에서 일본에 주일미군의 주둔 경비 부담과 미국산 자동차의 일본 내 판매, 대일 무역 적자 등 3가지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방위비 재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에 우리나라를 '머니 머신(현금 인출기)'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 원)의 방위비를 언급한 바 있다.
일본은 미국과 2022~2026년 연간 평균 2210억 엔(약 2조 2000억 원)을 주일 미군에 주기로 한 바 있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해 10월 미 국무부와 2026년 분담금 총액을 올해 대비 8.3% 늘어난 1조 5192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이후 물가에 따라 인상하기로 한 바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방위비 문제의 경우 협상카드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방위비 협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이 방위비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알지만, 현재 준비하는 의제에는 방위비가 포함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관세전쟁 본격화 이후 투매로 금리가 급등(가격 급락)한 미국 국채 매입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100년물 등 초장기물 매입 확대를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반면, 미 국채 보유량은 적은 편이다. 3월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097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도 70% 수준으로 60%가 채 되지 않는 전세계 평균보다 높다.
반면 한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2월 기준 1246억 달러로 세계 19위다. 이는 전체 발행 잔액의 0.4% 수준으로, 가장 많은 미 국채를 보유한 일본(1조 1259억 달러)이나 중국(7843억 달러)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다.
트럼프 관세정책의 기초를 닦은 '경제책사'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도 지난해 11월 낸 '미란 보고서'에서 국채 매입 확대를 협상 수단으로 언급한 바 있다.
미란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구조적 강달러가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무역적자 확대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무역 상대국들에 초장기 미국 국채를 매입하도록 압박하고, 달러화로 외환보유고를 축적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하며, 상대국 통화를 강세로 유도하는 등의 금융 수단을 활용할 것을 언급한다.
실제 대만도 미국 관세폭탄 대응 방안 중 하나로 미 국채 매입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줘룽타이 대만 행정원장은 지난 15일 입법원 대정부질의에서 상당한 액수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추가 매입 관련 준비가 된 상태라고 언급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보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고평가가 미국의 제조업을 약화시키고 무역 수지를 구조적 적자로 만들었다. 외부에서 미 국채를 사주고 금리를 낮춰 달러를 약세로 만든다면 무역 불균형이 해결될 수도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가 미국에 사줄 수 있는 것은 무역상품이 아닌 국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대미 수출도 많지만 외환보유액 규모도 크고 그 중 달러화 비중이 높다. 미란의 논리라면 '미국 자산 수요로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현금성 성격의 단기 미 국채를 매도하는 대신 100년 만기 또는 영구채와 같은 초장기 미 국채를 매입하거나, 달러 대비 원화의 강세를 유도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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