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 2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한국은행이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10명 중 9명은 한은이 오는 1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현재 2.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력한 다음 인하 시점은 5~7월로 지목됐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시작한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인해 국내 경기 부진 우려가 확대되고 있으나, 높은 환율과 가계부채 부담이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으로 미국 관세 정책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 기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상당한 점도 금통위 내 신중론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됐다.
13일 뉴스1이 채권 전문가 10인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명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현재의 연 2.75%로 동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전망대로면 금통위는 2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한 차례 쉬어가게 된다. 앞서 금통위는 작년 10~11월 금리를 연속으로 내린 뒤 올해 1월 한 차례 묶었으며, 2월에는 다시 낮춰 넉 달간 총 3차례 인하를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달러·원 환율이 여전히 12·3 비상계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 점과 가계부채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이달 금리 인하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늘어난 만큼 5월에는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지만, 당분간 가계부채·환율 등 금융 안정 여건을 확인해야 해 4월 동결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보편관세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에 경기 대응 필요성은 다소 커졌다"면서도 "한은의 정책 여력과 금리 인하 효과가 제한된 측면이 있고, 금융 안정 면에서 환율과 서울 부동산 경기, 가계부채 증가를 경계할 필요성이 있어 동결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1~2명의 위원은 인하를 주장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소수의견 개진은 5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울 것으로 예측됐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5월 인하 뉘앙스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특히 총재 간담회에서 공개될 포워드 가이던스(정책 방향 사전 안내)가 완화적일 것으로, 총재 제외 6명 중 4~5명은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5월이 아닌 7월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져 연준 등 주요국 통화정책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에 관해서도 최근 유예 조치로 인해 상황을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한 자세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처럼 변동성 높은 금융 환경이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면, 차기 인하는 5월을 넘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관세 부과는 한국 경제 성장에 하방 위험을 키웠고, 이런 우려는 금통위의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 명시될 것으로 전망됐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경기 하방 압력이 우려보다 강해졌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예상 규모가 당초 기대했던 30조 원의 절반 아래로 줄었고, 소비 심리나 실제 소비·투자 상황도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출 상황도 좋지 않다"며 "미국의 상호관세가 유예됐지만 관세율이 예상보다 높게 설정된 데다 대중 수출의 관세 타격도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이에 "금통위는 통방문에 성장 우려를 명시하는 등 5월 인하를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비둘기파적인 멘트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상황만 보면 기준금리 인하는 필요하다는 인식에 이견은 없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기 상황만 보면 이달 인하가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논리에 따르면 올해 1월에도 인하가 필요했다"면서 "실제 1월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 만큼, 이번에도 금리 인하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공산이 크다"고 관측했다.
국내 경기 우려 확산은 이달 금리 인하 견해의 핵심 근거로 뒷받침됐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동결 소수의견이 1~2명 개진된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며 "한은 입장에서는 경기가 이같이 힘든 상황에서는 통화정책도 경기 부양에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가 더욱 주목한 요소는 최근 점증한 '불확실성'이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과 증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연준 역시 신중한 자세를 보여 금통위 스스로 추가적인 변동성을 부추길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도 있어 4~5월은 그간 빠른 속도로 추진한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조망했다.
경기 부진 대응은 향후 재정 정책이 담당할 수 있다고도 봤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 대선 공약은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 "반면 글로벌 달러 가치가 약세임에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변동성이 커, 4월 동결에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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