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길어지는 경기 부진에 국민들이 지갑을 닫고 주식 등 증권 투자를 늘리면서 작년 가계 여윳돈 증가 규모가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자금순환 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와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은 215조 5000억 원으로 2023년(160.5조 원)보다 55조 원가량 크게 늘었다.
이는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가장 큰 규모에 해당한다.
순자금 운용액은 각 경제 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이다. 순운용은 0보다 클 때 여윳돈의 증가분을 가리킨다.
김용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지출을 웃돈 소득 증가, 아파트 신규 입주 감소 등에 따른 여유 자금 증가로 순자금 운용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대출 등 조달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자금 운용 규모는 266조 1000억 원으로 1년 전(194.8조 원)보다 71조 3000억 원 급증했다.

가계의 여윳돈 증가는 주식 등 지분증권 투자 확대 영향이 컸다.
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나눠보면, 가계의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는 전년 마이너스(-) 6조 1000억 원에서 42조 4000억 원으로 무려 48조 5000억 원 치솟았다.
보험과 연금 준비금, 채권도 각각 62조 5000억 원, 37조 9000억 원으로 1년 새 10조 2000억 원, 23조 70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은행 예금을 포함한 금융기관 예치금은 130조 2000억 원에서 114조 원으로 16조 2000억 원 줄어들었다.
가계는 자금 운용과 함께 조달도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늘렸다.
지난해 가계의 금융기관 차입은 47조 2000억원으로 전년(29조 원)보다 12조 2000억 원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51조 원에서 59조 5000억 원으로 확대되고,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상환 규모는 33조 5000억 원에서 19조 8000억 원으로 축소되면서 전체 조달액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5468조 9000억 원으로 1년 새 264조 8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 금융부채는 2370조 1000억 원으로 53조 2000억 원 늘어났다.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3098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211조 6000억 원 증가했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31배로 전년 말 2.25배보다 소폭 상승했다.
가계의 금융자산 구성은 예금(46.3%)이 전년과 동일한 비율로 여전히 지배적인 가운데,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21.7→20.3%) 비중은 축소됐다. 반면 채권(3.2→3.6%) 비중은 확대됐으며 보험 및 연금준비금(28.0→28.9%)도 규모를 약간 늘렸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작년 순조달 규모가 65조 5000억 원으로 전년(109.4조 원)보다 43조 9000억 원 축소됐다.
김 팀장은 "기업 순이익 증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 증가세 둔화 등으로 순조달이 줄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일반정부는 정부 지출이 수입보다 더 크게 늘면서 순조달 규모가 전년(17조 원)보다 12조 9000억 원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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