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단기부양·구조개혁 '투트랙 해법' 절실"

[동력 잃은 韓경제]③올해·내년 1%대 성장…"통화·재정 동반해 파고 넘어야"
잠재성장률 끌어올릴 노동·산업 등 구조개혁…"정치에 달렸다"

14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2025.2.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14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2025.2.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한국 경제가 경기둔화와 잠재 성장률 하락의 이중 위기에 빠져들면서 단기 경기부양과 함께 경제 구조개혁의 투트랙 해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당장의 파고를 넘기 위한 경기부양이 시급하지만, 미래 먹거리를 위한 구조개혁 역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노동·산업 등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은 결국 정치가 책임지고 풀어야 할 과제"라며 정치권이 더 이상 개혁을 미루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트럼프발(發) 관세·통상정책의 여파에 따라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은 1.5%다. 당초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2.3%로 예상했으나 단계적으로 전망치를 0.8%포인트(p) 낮췄다.

내년 역시 1.8%로 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향후 트럼프발 관세·통상정책 흐름에 따라 내년도 성장률은 올해 수준으로 추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단기 상승률도 문제지만, 잠재성장률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현재 2.0%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2029년까지 5개년 평균은 1.8%로 낮아질 전망이다. 2040년대에는 잠재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5%를 넘었던 잠재성장률이 2010년대 3%, 2020년대 2%로 떨어진 데 이어, 2040년대에는 성장률 0% 시대가 현실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된 것이다.

구조적 한계와 단기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대내외 충격이 맞물린 상황에서 경기부양과 구조개혁을 병행하는 투트랙 해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는 이유다.

내수부진에 美 관세장벽…통화·재정 동원한 경기부양 필요

일단은 당장 눈앞의 파고를 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장벽 현실화, 탄핵 정국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화·재정정책 모두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제계 안팎에서 거듭 제기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등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3차례 금리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2.75%로 낮췄지만, 여전히 중립금리보다 높은 긴축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2.75%가 중립금리 상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야정은 추경 편성 필요성에는 공감한 상황이지만, 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금리인하에 더불어 추경을 동반해 경기부양 시너지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의 추산에 따르면 재정승수 효과는 0.2~0.85로 추산된다. 재정승수는 정부의 재정이 국내총생산(GDP)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보여주는 계수다.

투입 분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2500조 원 수준인 GDP를 고려하면 성장률 증가 효과의 중간값은 0.5% 수준이다. 이 경우 올해 성장률은 1.9% 내외(한은 전망치 기준)로 올라 잠재성장률에는 소폭 미치지 못하지만, 기존 전망치 수준으로는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본문 이미지 -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구조개혁, 첫번째 과제는 노동개혁…생산인구 확보 위한 인구정책도"

단기적 경기부양이 시급한 과제지만, 미래 세대의 먹거리를 위한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노동시장 개혁은 단순한 임금체계 개편이나 정규직·비정규직 갈등 해소 차원을 넘어,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와 직결돼 있다.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와 경직된 고용구조를 손보는 동시에,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문제 자체를 해결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성장잠재력 회복이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 생산성과 고용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규직 과보호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생산성 정체를 심화시키고, 노동공급 감소와 맞물려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핵심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독일은 2000년대 '하르츠 개혁'으로 불리는 노동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개혁안에는 비정규직 일자리 확대와 실업수당 삭감 등이 포함돼 많은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노동시장 유연화와 실업률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개혁과 함께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정책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출산율 제고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고학력 외국인 유치부터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 필요한 이민 확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며 "이를 위해 인구전략기획부가 조속히 출범해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정책과 함께 이민정책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2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5.3.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2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5.3.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미룰 수 없는 산업구조 전환…정치가 나서면 해결 가능"

산업구조 전환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으로 기존 주력산업 경쟁력이 한계에 부딪힌 만큼, 첨단반도체·바이오·AI 등 향후 게임체인저 분야의 신산업 육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 하락을 꼽았다. 잠재성장률은 노동투입, 자본투입, 총요소생산성 등 크게 3가지 요인으로 구성된다. 이중 총요소생산성은 주로 노동·자본 등 물적 투입 외의 제도·기술수준·자원배분 효율을 비롯한 무형의 요인이 생산에 미치는 효과로 해석한다.

경제 체제 전반의 효율성이라고 볼 수 있는 총요소생산성은 2001~2005년에는 잠재성장률에 2.1%포인트(p), 2016~2020년에는 1.5%p를 기여했으나 2021~2023년, 2024~2026년에는 각각 0.7%p를 기여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상태가 확연히 나빠졌다.

우리 경제 규모가 성장하며 자본과 노동 투입의 둔화는 불가피한 만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총요소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는 산업의 재편이 필수적이다.

해외사례를 보면 1990년대 초반 소련 붕괴 이후 심각한 위기를 겪었던 핀란드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집중해 경제 회복에 성공했다. 싱가포르도 1960년대 독립 이후 경공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첨단 제조업과 금융, 서비스업으로 전환해 아시아 금융허브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역시 1990년대 중화학공업 등 제조업 중심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IT로 전환해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정규직·비정규직 이중구조 해결, 노동시간 문제와 같은 노동개혁 과제들은 집단 간 의견이 첨예해 단기적으로 이루기 쉽지 않은 과제"라며 "그러나 신산업 육성은 상대적으로 이해관계 충돌이 적은 영역인 만큼, 규제완화·세제혜택·정부 투자 지원 등 과감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같은 구조개혁은 정치권의 역할과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다. 윤석열 정부도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역동경제 로드맵'을 내세웠지만, 계엄령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인해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만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차기 정부는 처음부터 개혁 과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정식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정치에 발목이 붙잡혀 있는 상황"이라며 "차기 정부는 강한 정치력으로 경기부양과 함께 신산업 육성 등 구조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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