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韓 경제 풍전등화인데…1.4조에 흔들린 '팀코리아'

한전-한수원, 바라카 원전 추가 비용 분담 놓고 내홍 '점입가경'
국제중재 판단 구할 듯…산업부 역할 부재에 결국 국제 망신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참석한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오른쪽),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 2023.10.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참석한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오른쪽),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 2023.10.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위기에는 힘을 모으는 게 '원팀(One-Team)'이다. 지금 세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의 시대에 빠져들었다. 나라 안으로는 장기화한 경기침체에 내수가 바닥을 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우리 수출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K-원전'의 첫 유럽 진출 가능성은 세계 속 대한민국의 저력을 내보인 성과물이었다.

팀코리아는 지난해 7월 총사업비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세계 최고 원전기업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국영기업 EDF(프랑스전력공사)를 제치고 얻어낸 결실이었다.

최종사업자 확정을 위한 본계약도 불과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 줄곧 발목을 잡아 온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도 마무리된 상황에서 본 계약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란 낙관론이 우세하다.

이 같은 성과에는 '하나 된 힘'이 있었다. 한국은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원팀을 구성,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팀코리아로 뭉친 각 주체는 체코 현지 사회와의 문화교류, 봉사활동, 사업투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업 수주에 힘을 보탰다.

그랬던 팀코리아에 균열이 가고 있다. 맏형 격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충돌하면서다.

발단은 1조 4000억 원 규모의 공사비 분담 문제다. 2009년 한전이 대표로 나서서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은 지난해 마지막 4호기의 상업운전 개시로 종료됐다.

이후 공사 금액을 정산하는 과정 중 애초 예측한 금액보다 실 투입비용이 초과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바라카 원전 공사 중 설계변경과 추가 역무 등에 따른 추가 비용이 1조4000억 원 정도 늘었는데, 금액 분담을 놓고 한 식구끼리 얼굴을 붉히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은 한전에 추가 비용 정산을 요구하고, 한전은 UAE 측과 협의해 '팀코리아' 차원에서 정산받는 게 먼저라고 주장하면서 충돌하고 있다.

최근 김동철 한전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만났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양측은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의 판단을 구하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집안싸움'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꼴이다.

추가 공사비용이 방아쇠가 됐지만, 업계에서 한전과 한수원의 '원전 수출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은 이미 대수롭지 않은 얘기다.

한수원은 한전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지난 2001년 4월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침에 따라 분리됐다.

원전 거버넌스상 한수원이 원전 건설운영 및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지배구조상으로는 여전히 한전이 원전 사업의 중심이다 보니, 주도권을 둘러싼 두 회사 간 갈등은 불가피했다.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에도 한전이 대표로 수주했지만, 수출 역량 면에서 모든 실무를 담당한 한수원으로선 불만이 적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이참에 이런 갈등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라도 원전 수출 전문기관을 별도로 구축해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태의 화살은 산업·통상분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로도 향하고 있다. 온 힘을 합쳐도 직면한 통상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 여전히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산업부는 이번 한전과 한수원의 협상 과정을 중재하겠다고 했다. 결과는 '국제 중재'로 넘어갈 분위기다. 주무부처가 산하 공기업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국제 분쟁거리로 만들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호는 풍전등화의 위기 앞에 놓여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 상황을 맞닥뜨렸고, 트럼프발 통상 압박은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 너나 할 것 없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내 집 서랍장의 금을 가지고 나왔던 '연대 정신'이 필요할 때다. 다시 한번 '팀코리아'의 저력을 보여야 한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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