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올해 우리 경제의 내수 부진이 차츰 나아지겠지만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작년보다 낮은 1.6%의 경제 성장률이 나타날 것이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이 나왔다.
이러한 성장률 전망은 KDI가 작년 11월 내놓은 전망보다 0.4%포인트(p) 낮은 수치다. 비상계엄 사태와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등이 내수와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로이 반영됐다.
KDI는 11일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이 완화되겠으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2024년(2.0%)보다 낮은 1.6%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민간소비는 금리 인하 영향이 점차 반영되는 가운데 정국 불안의 영향도 점차 완화되면서 전년(1.1%)보다 높은 1.6%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설비투자는 금리 인하와 반도체 경기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전년(1.8%)과 유사한 2.0%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는 누적된 수주 부진의 영향이 지속되며 전년(-2.7%)에 이어 -1.2%의 역성장을 나타낼 전망이다.
수출은 통상 환경 악화로 전년(6.9%)의 높은 증가세가 조정되면서 1.8%의 증가율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반도체 수출의 호조세가 유지되겠으나, 올해에 추가적인 증가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상수지는 수출 증가세가 축소되겠으나, 내수 회복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면서 전년(990억 달러)에 이어 900억달러 내외의 대규모 흑자가 예상된다.
소비자물가는 낮은 수요 압력이 지속되면서 전년(2.3%)보다 낮은 1.6%의 상승률을 나타낼 전망이다.
취업자 수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도 완만한 수준에 그침에 따라 전년(16만 명)보다 낮은 10만 명 내외의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KDI가 이번에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11월 경제전망 때보다 0.4%p 대폭 하향 조정된 수치다. 정부(1.8%), 한국은행(1.9%), 피치(1.7%) 등 주요 국내외 기관이 이전에 제시한 전망과 비교해 한층 더 낮다.
KDI는 대내적으로는 정국 불안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이,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가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민간소비 증가율(1.8%→1.6%)은 수출 증가세 둔화와 가계심리 위축을 반영해 0.2%p 하향 조정했다.
또 대외 불확실성 확대를 반영해 설비투자 증가율(2.1%→2.0%)을 소폭 하향 조정했고, 건설업체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와 부동산 경기 둔화를 반영해 건설투자 증가율(-0.7%→-1.2%)을 낮춰 잡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통상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거래액에 대한 전제도 조정됨에 따라 상품 수출 증가율(1.9%→1.5%)도 하향 조정했다.
경상수지는 내수와 수출을 모두 하향 조정하면서 흑자 폭(930억 달러→897억 달러)도 소폭 내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1.6%→1.6%)은 내수 전망이 하향 조정된 반면, 환율과 유가 전제는 상향 조정되면서 기존 전망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통상 분쟁이 격화되는 경우 이보다도 낮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DI는 "미국 통상정책 변화의 대상, 시기,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경우, 대내외 투자 수요가 축소되고 우리 수출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통상분쟁에 따른 교역 제약의 직접적 영향과 함께, 이에 따른 각국의 경기 둔화는 우리 수출에 추가적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대내적으로는 국내 정국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경제심리 회복이 늦어지면 내수 개선이 제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KDI는 현시점에서 통화·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뒷받침할 필요는 있다고 보면서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에는 거리를 뒀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재정정책이 경기를 뒷받침해야 하지만 추경은 국가재정법에 요건이 있다. 경기침체나 대량 실업이 발생했을 때 추경을 할 수 있다"며 "(성장 전망이) 1%대 중후반이 되면 이것을 경기 침체로 판단할 수 있는지, 또는 지금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있는지 보면 저희 판단에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 전망대로라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는 조금 더 나을 수 있다"며 "그렇다면 상반기에 조금 더 집행하는 것이 경기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지금 중립금리를 대략 2%대 중반으로 생각하면, 지금 기준금리가 3.0%이기 때문에 적어도 2~3차례 정도 내리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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