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 문제 해결에 앞장선 '씽크'…체코로 향한 이유 [155마일]

25년간 북한인권 활동 이어온 손문경 씽크 대표 인터뷰

손문경 북한인권 비영리단체 '씽크'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4.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손문경 북한인권 비영리단체 '씽크'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4.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편집자주 ...155마일은 남북 사이에 놓인 군사분계선의 길이입니다. 이 경계의 실체는 선명하지만, 경계에 가려진 사실은 투명하지 않습니다. 분단의 현실을 직시하되, 경계 너머 북한을 제대로 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이미 스스로 인생을 바꾼 아이들.'

북한 인권 비영리단체 '씽크'(THINK)를 이끄는 손문경 대표가 내린 탈북청소년에 대한 정의다. 약 25년간 사례조사를 통해 수많은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한 그가 탈북청소년에게 발견한 것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이었다.

목숨 걸고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머물다 입국한 아이, 극소수지만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청소년,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 등 다양한 사연들의 이면에는 쉽사리 꺼내기 어려운 트라우마가 있다고 한다.

'씽크'가 누구보다 탈북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에서 태어난 것이 그들의 선택이 아닌데, 고통은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것에 손 대표는 부채감마저 느꼈다고 한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면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청소년기에 한국에 온 친구들은 교육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젊어서부터 자기 인생을 바꾼 사람이 뭘 못하겠어요? 다만 그 길을 똑바로 제시해 줘야겠죠. 이 친구들도 우리 아이들과 다르지 않고 더 넓게 더 멀리 나갈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요."

'그냥 아줌마'가 활동가가 되기까지

손 대표는 자신이 북한과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는 평범한 시민이자 '그냥 아줌마'였다고 소개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왜 누군가는 북한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필요 이상의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힌 첫 사건은 탈북 여성 인신매매 소식이었다. 2000년대 초부터 북·중 접경지대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져 국제사회에서 인신매매 범죄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처음부터 NGO를 설립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일단 탈북민의 문제가 무엇인지, 탈북민은 어떤 사람인지부터 공부하고 알아야겠다는 마음만 먹었다. 나중에 기회가 생길 때, 상황이 맞아떨어지면 언제든 도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은 생각이 커져 42세에 대학원에 등록했다.

손 대표는 '북한이탈주민의 사회 적응에 관한 연구(2002)'라는 제목의 논문을 준비하며 160여 명의 탈북민을 인터뷰하게 됐다. 지금처럼 연락망이 촘촘하지 않았던 때라 일반인이 탈북민과 닿기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다행히 '탈북난민운동본부'를 운영했던 북한인권 운동가 1세대인 고(故) 김상철 변호사와 초창기 북한인권시민연합을 이끈 고(故) 윤현 이사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탈북난민운동분부가 '세이브 엔케이'로 이름을 바꾸면서 이 단체의 사무국장이 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제3국 출신 탈북청소년이 주인공인 '경계에 선 아이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찍게 됐다. 탈북청소년의 증언을 토대로 그들이 살던 접경지역의 마을을 찾아가 탈북민들을 돕는 주민을 인터뷰했다. 탈북 여성과 아이들이 중국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기록했다.

"비참하고, 어려운 다큐가 아니라 탈북 청소년들도 우리의 자녀와 같이 밝고 건강하고 꿈을 가진 청소년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그 다큐를 계기로 더욱 탈북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그들을 돕는 일을 하게 됐죠."

세이브 엔케이에서 나온 뒤에도 탈북청소년과, 이들을 도우려는 사람과의 인연은 이어졌다. 여러 곳에서 십시일반 모인 기부금을 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9년 사단법인을 등록했다. 정부 후원금이 지원되는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필요한 절차였다.

'씽크'는 '북한인권'(The Human rights In North Korea)의 약자로 북한의 인권 개선과 탈북민 정착에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손 대표의 '고민'이 더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되길 바라는 마음들이 단체가 됐다.

본문 이미지 - 지난달 씽크가 체코에서 진행한 북한 인권 관련 세미나 모습. (씽크 제공)
지난달 씽크가 체코에서 진행한 북한 인권 관련 세미나 모습. (씽크 제공)

체코로 향한 '씽크'…"북한인권 문제 확산하는 EU 전진기지 되길"

지난달 17일 씽크는 활동가들과 함께 체코로 향했다. 체코는 지난 1989년 11월 '벨벳 혁명'이 일어나기까지 공산주의 국가였다. 체코에서 민주적인 선거가 이뤄진 것은 1990년 6월로 이제 겨우 35년을 넘어가고 있다.

손 대표가 지난해 우연히 방문한 체코의 프라하 광장에서 '북한의 1980~2000년대 초 사진전'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던 것이 체코에서의 이벤트를 꾸리게 된 계기였다.

그는 체코의 부모들이 자녀들과 북한의 사진을 보며 '민주화'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장면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씽크는 찰스대학교, 팔라츠키대학교, 주체코 한국 대사관에서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한국과 체코 간의 대화-평양의 봄은 언제 오는가'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개최해 중국 내 탈북민들이 직면한 강제 송환 위협, 성 착취, 강제 노동 등의 실상을 알리고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와 정책적 대안 등을 제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체코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이 시작된 바츨라바광장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체코 시민과 유럽 연합국의 북한인권 실상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였다.

"저희가 배포할 책자를 300부를 찍어갔는데 모자라서 온라인 파일을 공유해주고 왔어요. 그들이 북한인권 문제를 확실히 인식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면 체코가 유엔(UN)에서도 EU 국가로서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체코도 같은 아픔이 있으니까, 그 경험을 살려서 EU에서 이 주제를 확산하는 전진기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씽크는 다음 달부터 진행되는 2030 NGO 활동가 양성을 위한 '북한인권 전문가 아카데미'를 계기로 다시 체코를 방문하고 독일 등 동유럽국가도 찾을 계획이다. 참가자들은 국제인권법 등 다양한 강의를 통해 활동가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직접 북한인권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수 있다.

'북송 재일교포' 도운 사람들 이야기를 다큐로

'씽크'는 지난해 북송 재일교포들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인질93340 : 지상낙원으로 간 사람들'(2024)을 선보였다. 이 다큐는 오는 5월 30일 개막 예정인 제5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SLIFF) 초청작으로도 선정됐다.

영화는 일본에서 "차별 없고 일한 만큼 분배 받는다. 세금도 없다. 북한에 가면 이상사회처럼 살 수 있다. 북한이 일본보다 잘 살고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북송사업 선전을 믿고 북송선을 탄 9만 3340여 명의 사람 중 일부가 일본에 다시 돌아온 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그린 이야기다. 가족들에게도 외면받은 이들을 도운 평범한 일본인들도 함께 조명했다.

"2000년대 초부터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민 중 한국어가 아니라 일본어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약 1년 반 동안 그 사건과 연루된 사람들을 찾아서 인터뷰했죠. 북송선을 태워 보낸 가족, 타고 간 사람들의 친구들, 조총련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영화 제목에 '인질'이 들어간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증언에서 이 단어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에 간 사람들도 '인질'이었지만 일본에 남은 가족들도 결국 자유롭게 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인질과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한 일본인 교수는 재일교포들이 북한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말도 안 되는 나라'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자신의 신념을 깨고 중국에서 탈북민 구출 활동을 도왔다. 또 탈북민들을 자신의 딸기밭에 고용해 생계유지를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씽크는 △탈북청소년 진로지도 프로그램 '꿈을 찾는 그대에게'(2019~2021) △탈북청소년 예술치료 프로그램 '탈북청소년, 나도 사진작가!'(2020~2021) △탈북청소년 음원 프로젝트 '우리들의 스케치북'(2021~2022) 등을 통해 탈북청소년의 진로 개척을 지원했다.

씽크의 시선은 탈북청소년에서 시작돼 점점 확대되고 있다. 연구·포럼·캠페인 활동으로는 북한인권 침해 증언집 '메콩강을 건너는 사람들'(2020)을 발간하고 탈북 여성의 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협력방안 포럼(2022)도 열었다. 미국에서는 북한인권 침해에 관한 포럼 'Beyond the border'(2024) 등을 개최하며 탈북민을 위한 실질적인 권리보장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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