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기준 연령 상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노인의 소득 공백을 늘려 노인 빈곤을 심화하거나, 노인 고용 확대가 청년 취업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이에 노인 기준 연령 상향과 관련해 정년·연금 등 부처별로 나뉜 제도를 범정부 차원에서 세밀하게 정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정부는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노인 기준 연령 상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초고령화로 각종 노인 복지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노인연령을 높이면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NABO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고령화로 복지 분야 의무 지출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7.0% 수준인 185조 3000억 원에서 2072년이면 GDP의 11.9% 수준인 503조 3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정처는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면 연평균 기초연금 지출 절감분(2023~2024년)이 약 6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노인 기준 연령 상향으로 정책 수혜 기준이 조정되면 소득·복지 공백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따라붙는다.
현재 법적 정년인 60세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인 63세 간 불일치로 3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998년 1차 연금 개혁에 따라 연금개시연령이 2033년까지 65세로 상향되면 소득 공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고령자의 노동시장 잔류가 청년 고용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은행 고용연구팀과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한 이후 지난해까지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약 1명(0.4~1.5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노인 기준 연령 상향 논의와 향후 과제'에 따르면, 일본과 독일 등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화를 맞이한 국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지속 개선해 왔다.
일본은 근로 의욕만 있다면 고령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1971년 '중고령자 등의 고용 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법 개정을 거쳐 왔다.
현재 65세까지 고용확보 조치(정년 연장, 정년제 폐지, 계속고용제도 도입) 의무화, 70세까지의 취업 기회 확보 조치 권고 등을 통해 고령자의 고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조치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상향 조정과 맞물려 이뤄졌는데, 법적 정년 60세를 유지하면서 65세 또는 70세까지 노동시장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 소득 공백을 방지했다.
2031년이면 노인 인구가 청년의 2배를 넘기는 독일은 2007년 법 제정을 통해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2029년까지 67세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조기노령연금도 60세에서 63세로 상향했다.
또 '고용보험 연계형 점진적 퇴직제도'를 통해 고령 근로자가 근로 시간을 단축하면 노사 합의에 따라 감소한 임금을 지원해 전일제 근로에서 파트타임 근로로 전환하도록 했다. 고령자의 파트타임 근로를 수용하고 그 자리에 실업자나 직업훈련자를 채용한 기업에는 정부가 법률로 정한 비용을 보전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윤경 입법조사관은 "노인 기준 연령 조정은 현행 사회보장제도의 재정 부담 증가의 측면에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적연금 제도, 노동정책, 기타 복지 제도의 지원 내용을 세심하게 고려해 체계적으로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국회를 비롯하여 범부처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려고 노력이 필요하다"며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이 정책 공급자의 입장에서 부처별로 분절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노인 기준 연령 조정에 대한 논의는 관련 부처들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러한 인식에 따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주축으로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가 노인 기준 연령 논의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범부처 협의체를 지난 9일 발족했다.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회의에서 "각 부처에서 소관 제도·사업의 노인기준 연령조정에 관한 현황과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점진적이고 통합적이며 유연한 해결책을 함께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위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앞으로 각 부처 실무진끼리 수시로 소통하며 해외 사례부터 차근차근 파악하려 하고 있다"며 "올해 연말 마련될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논의 사항을 반영하고, 논의에 진전이 나타나면 중간발표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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