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오는 25일부터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5'에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암 연구 학회로 손꼽히는 AACR은 기술 수출과 글로벌 투자 유치의 출발점이자 경쟁력 시험대다. 이번 행사에서 한국 기업들은 이중항체, 정밀의학, 면역항암제, 인공지능 기반 진단 등 최첨단 항암 기술을 앞세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은 11건의 연구 성과 발표로 개막 전부터 AACR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후보물질로는 SOS1-KRAS 상호작용 억제제(HM101207), PD-L1/4-1BB 이중항체(BH3120), EZH1/2 이중 저해제(HM97662), STING mRNA 유사체 등이 있으며 면역세포 조절 및 암세포 증식 억제 기전 등을 집중 조명한다. 이번 발표를 통해 기술성 평가를 앞둔 파이프라인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받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000100)과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공동개발한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YH32364'(ABL104)로 AACR 무대에 오른다. EGFR과 4-1BB를 동시에 표적해 종양 주변 T세포를 효과적으로 활성화하는 기전을 공개하며, T세포 공동자극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셀트리온(068270)은 HER2 양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다중항체 기반 T세포 인게이저 'CT-P72'의 전임상 데이터를 구두 발표하며, 독자적인 이중 페이로드 ADC 플랫폼 'CTPH-02'의 비임상 결과도 함께 소개한다. 복합 페이로드 설계를 통해 내성 문제를 극복하고 약효 지속성을 높이는 전략이 돋보인다.
딥바이오(396940)는 AI를 통한 정밀 진단 기술을 선보인다. 면역조직화학 염색 이미지 정량 분석과 병리 슬라이드 판독을 자동화한 플랫폼을 통해 PD-L1, c-MET, 유방암 림프절 등에서 높은 재현성과 정확도를 입증했다. AI 기반 바이오마커 개발에서 국내 기술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는 성과다.
AACR은 단순한 연구 공유의 장을 넘어,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글로벌 스케일로 검증받을 수 있는 실질적 무대다. 매년 발표되는 전임상 및 초기 임상 성과는 글로벌 제약사와 투자사의 주요 레이더에 포착되며, 실제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인지도 확보 △기술 파트너십 유치 가능성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춘 파이프라인 정비 등을 이유로 AACR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면역항암, ADC, AI 기반 정밀진단 등에 대한 세계적 연구 흐름이 빨라지고 있어서 국내 기업들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참가가 필수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AACR 2025는 K-바이오의 기술 저력을 글로벌 무대에서 입증하고, 신약 개발 전략의 방향성을 확립하는 전환점으로 여겨진다"며 "누군가에겐 '기회의 땅'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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