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약가 인하에 대한 의지를 표한 것과 관련해 국내 제약업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에는 자국민이 의약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바이오시밀러 보급을 촉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국내 기업 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처방약 가격을 낮추기 위한 '한 번 더 미국인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한 약가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고령자를 위한 '메디케어'·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특정 처방약에 대한 메디케어 지급액을 병원이 실제로 처방약을 구입하는 비용에 맞추고, 저소득층 환자에게 인슐린과 에피네프린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을 제공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또 처방약 시장에서의 근본적인 투명성과 경쟁을 촉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간 미국은 의약품과 관련해 처방약급여관리자(PBM)와 중개자의 리베이트가 허용돼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높은 비용을 감당해야 했는데, 제약회사나 약국이 PBM과 중개자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를 공개하게 해 무분별한 가격 인상을 막았다.
특히 기존 고가의 의약품을 대체할 복제약의 영역을 넓힌 것이 눈에 띈다. 케미컬의약품을 복제한 '제네릭'과 바이오의약품을 대체할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승인 규정을 완화했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미국 의약품은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이 2.5~2.6배 비싸다고 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의약품을 시장에 풀어 가격 경쟁을 붙였다"며 "그간 입지가 공고했던 미국 내 고가 의약품 업체와 PBM의 로비가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승인이 수월해지면 복제약품을 판매하는 제조사가 수혜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고가 의약품과 쉽지 않은 경쟁을 해야 했지만, 이젠 가격을 무기로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넓힐 수 있다.
가장 큰 수혜 기업으로는 한국의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거론된다. 두 기업은 미국(10종)과 유럽(11종)에서 가장 많은 항체 바이오시밀러 품목 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을 비롯해 미공개 상태인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여러 개를 개발 중이다. 셀트리온도 앞으로 생산 시설을 확충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셀트리온은 의약품을 미국에서 '직판'하고 있어 마케팅 활동에 열을 올릴 전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 약가 인하 정책 사항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내용들이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현지 마케팅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행정명령과 별개로 의약품에 대해 품목별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상황이라 국내 제약회사들의 수출 활동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 경우 바이오시밀러의 가격까지 올라 국내 기업들이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만큼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당장은 약가 인하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