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국내 임상 간호사 중 48.9%는 수도권 소재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며, 대다수의 간호사가 병원급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등 의료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계는 지방 의료기관의 낮은 처우, 오버타임(초과근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임상간호 인력 현황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약 52만 7000명이다. 그중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28만 2712명(53.7%)으로 집계됐다. 즉, 면허를 보유하고도 의료현장에서 근무하지 않는 간호사가 절반에 달하는 상황이다.
지역별 간호사 분포를 보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13만 8300명으로 전체 임상간호사의 48.9%를 차지했다. 특히 서울에 근무하는 간호사 수는 6만 5393명으로, 가장 적은 세종특별자치시 1081명과 비교했을 때 약 60배 차이가 났다.
지역별 간호사 수는 △경기 5만 7673명 △부산 2만 3642명 △경남 1만 8181명 △대구 1만 7047명 △인천 1만 5234명 △경북 1만 1775명 △광주 1만 1605명 △전남 1만 418명 △전북 9828명 △대전 9439명 △충남 7892명 △강원 7635명 △충북 6434명 △울산 6094명 △제주 3341명 순이었다.
이와 함께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신규 간호사 채용을 줄이면서, 지방 병원으로의 취업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방 병원 취업자 상당수는 2~3년 내 수도권으로 이직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지역 간 인력 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이 모 간호사는 "지방 병원은 임금이 낮고 초과근무가 많아 처음부터 수도권 병원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처우가 낮아도 의원급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빅5 병원' 취업을 준비하는 간호사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정 모 간호사는 "최근 빅5 병원의 신규 채용이 줄어 지방병원 취업이 증가한 편"이라면서도 "대다수 간호사는 2~3년 경력을 쌓은 뒤 수도권으로 이직할 계획을 갖고 있어 지역별 인력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간호사들은 주로 급여와 복지 수준이 높은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조사에 따르면, 임상 간호사 10명 중 7명은 상급종합병원(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과 종합병원(중앙대병원, 순천향대병원 등)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근무 기관별로는 △종합병원 9만 8433명 △상급종합병원 7만 3457명 △병원 4만 4027명 △요양병원 2만 8505명 △의원 2만 127명 △한방병원 6089명 △정신병원 4553명이었다.
간호계는 지방 및 중소병원의 인력 유입을 위한 처우 개선과 재정 지원, 간호 인력 재배치 등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 간호계 관계자는 "대형병원 중심의 인력 쏠림 현상으로 지방 중소병원의 재정이 악화하고, 이에 따라 간호사를 채용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방 간호사 부족 문제가 지속될 경우 의료 불균형이 심화하고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저하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