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대중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퇴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 증권거래소에는 약 300개 중국 기업이 상장돼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지난주 관련 질문에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답한 것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측근이자 미국 비즈니스 리얼리티쇼 '샤크 탱크' 출연자인 케빈 오리어리가 이러한 조치가 중국이 협상에 "참석하도록" 압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기업을 미 증시에서 축출하는 것은 일부 정치인들이 이번 관세전쟁 이전부터 벼르던 일이었다. 공화당의 릭 스콧 상원의원(플로리다)은 수년 전부터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 왔는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대중국 입장이 해당 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완전히 몰아낼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콧 의원은 최근 폴 앳킨스 신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게 풍부한 자금이 유입되는 미국 증권거래소 편입 기업은 투명성과 재무 공시 규정 준수가 책임인데 중국 기업들이 하지 않아 우려스럽다는 서한을 보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이 방안을 얼마나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폴리티코는 "그러나 중국 기업 상장 폐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것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어떤 제약도 없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선임 연구원 제레미 마크는 미국이 "중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매우 눈에 띄고 중요하다"며 이 카드를 쓸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시사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에 따르면, 3월 7일 기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86개이며, 총 시가총액은 1조 100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 기업 퇴출은 2020년 '외국회사문책법(HFCAA)'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이는 중국과 홍콩에 본사를 둔 미국 증시 상장 기업이 2년 연속 미국 회계당국의 감사에 제대로 서류를 내지 않는 경우 거래소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행정부에 해당 기업들(중국과 홍콩에 기반을 둔 미 증시 상장 기업)에 대해 "적절한 재무 감사 기준이 준수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류펑위 주미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미국의 사업 환경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 기업과 중국 시장을 배제하는 것은 결국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국제적 신뢰도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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