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한반도 문제 등으로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7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아내 로라는 사인을 폐색전증으로 밝혔다.
고인은 1945년 4월 미국 매사추세츠 웰레슬리에서 태어나 조지아 애틀랜타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68년 로라와 결혼했으며 8명의 자녀를 낳았다. 아미티지 부부는 수십 명의 자녀의 양부모이기도 했다.
1967년 해군 사관학교를 졸업해 1973년까지 해군 장교로 복무하는 동안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이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를 지내고, 1기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에서 국무부 2인자인 부장관을 지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침공 직전 파키스탄을 방문해 "협조하지 않으면 석기 시대로 돌려놓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그는 부시 행정부 내에서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과 함께 온건파로 분류됐다.
2003년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의 명분 중 하나로 내세웠던 '이라크가 핵개발을 위해 니제르에서 우라늄을 사들였다'는 주장이 거짓이라고 폭로한 뉴욕타임스 칼럼이 나왔다. 이후 이 칼럼 저자의 아내가 중앙정보국(CIA) 요원이라는 기사가 나왔는데, 이 기사의 취재원 중 1명이 아미티지 부장관이었다. '리크 게이트'로도 불린 이 스캔들에 휘말린 것에 대해 고인은 공개 사과해야 했다.
공화당원이지만 동맹과의 협력을 중시했던 고인은 2016년, 2020년 미국 대선에서 각각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 2021년에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보낸 초당파 특사단의 일원으로 대만을 방문했다.
고인은 부장관을 지내는 동안 김대중·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협력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 입장을 견지했다. 공직을 떠난 이후 북핵 문제의 해결책은 북한 정권 교체라는 주장을 펼쳤다.
워싱턴의 대표적 지일파이기도 하며 부장관을 지내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과 북핵 문제 등에서 긴밀히 협력했다. 또한 2000년부터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 미일동맹 강화를 위한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1차 보고서에서 그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주장했고 이는 2015년 9월 일본 안보법제 제정으로 현실화됐다.
그의 죽음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14일 고인이 "굳건한 미일 동맹에 크게 기여했다"며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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