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관세 폭탄을 남발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플 아이폰 등 전자 기기 20종에 대해 돌연 관세 면제를 선언했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 생산국 다각화에도 여전히 중국에서 87%를 생산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산 제품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인들은 이전보다 145% 더 비싼 아이폰을 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부랴부랴 아이폰 등 전가기기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진영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양은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양의 5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관세를 매기면 미국이 훨씬 유리한 게 사실이다. 중국은 보복 관세를 부과할 상품이 미국의 5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양이 훨씬 많다는 사실은 사실 중국에 약점이 아니라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인들은 아이폰 등 중국이 만든 것을 원한다면 말이다. 따라서 이러한 제품들이 관세로 인해 훨씬 더 비싸지거나 진열대에서 완전히 사라지면 미국인들의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아이폰에 대한 관세를 면제한 것은 관세는 수출업자가 아니라 수입업자가 지불하는 세금임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이 아이폰이며, 그중 80%는 중국산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면 미국인들은 불평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 에어컨의 8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전세계 선풍기 75%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트럼프가 이들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면 미국인들은 더운 여름을 견뎌야 한다.
이뿐 아니라 중국은 미국인들이 의존하는 항생제에 들어가는 성분의 거의 50%를 생산한다. 미국 공군의 중추인 F35는 중국에서 조달한 희토류 부품이 필요하다.
중국은 또한 미국 국채를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한 나라이며, 이는 시장이 압박을 받고 있는 시기에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트럼프가 아니라 시진핑이 압도적으로 더 좋은 패를 쥐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중국은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 제3세계 등 전 세계에 수출을 하고 있어 미국의 대중 관세를 당분간 버틸 수 있다.
또 중국은 공산 독재 국가다.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은 소비자 불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 불만이 극에 달하면 트럼프는 관세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중국은 트럼프와 제2 무역전쟁을 장기간 준비해 왔다.
트럼프는 시진핑 백기를 들고 투항해 백악관으로 먼저 전화할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지금 당장 아쉬운 구석이 없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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