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불려가 '배신자' 찍혔다…서류철로 얼굴 가린 민주 잠룡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일대일 면담 위해 백악관 갔다가 행정명령 서명식서 '찰칵'
"트럼프 리얼리티쇼에 당해" 당내 비판 쇄도…미시간주 "거기 갔다고 트럼프 지지는 아냐"

본문 이미지 -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류철로 얼굴을 가린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출처=X>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류철로 얼굴을 가린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출처=X>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이 있던 지난 10일(현지시간) 같은 공간 한구석에서 파란색 서류철로 얼굴을 가린 한 여성이 목격됐다.

행정명령 서명식이 이뤄지는 동안 이 여성은 다소 침울한 표정으로 집무실 한쪽에 서 있었는데, 알고 보니 2028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민주당 소속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였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휘트머 주지사가 트럼프의 '리얼리티쇼'에 원치 않게 출연 당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휘트머는 예고 없이 집무실에 불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휘트머는 미시간 내 항공방위군 기지에 대한 자금 지원과 빙설 폭풍 피해 지원, 관세로 영향을 받은 기업들에 대한 지원 등을 논의하기 위해 트럼프와 일대일 면담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행정명령 서명식을 하던 도중 휘트머 주지사를 사전 통보 없이 즉흥적으로 불러들였다. 트럼프는 그가 들어오자 "미시간의 그레첸 휘트머를 모시게 돼 영광"이라며 "미시간은 훌륭한 주이며 그는 아주 훌륭한 일을 해 왔고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을 늘어놨다.

본문 이미지 -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40;맨 오른쪽&#41;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 불려와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4.10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맨 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 불려와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4.10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휘트머는 당황했다. 주목받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그는 들고 있던 서류철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휘트머가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과 함께 백악관 집무실에 서 있는 사진이 일파만파 퍼지자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 유력 정치인이 트럼프에 맞서 저항하지 않고 정권에 충성하는 모습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서는 "휘트머가 서류철 뒤에 숨은 모습이 내 2살짜리 아들 같다" "트럼프가 휘트머를 부숴 버렸다" "휘트머가 (트럼프의) 리얼리티 쇼에 끌려 들어갔다" "(트럼프가) 일부러 부른 게 아니냐" 등 여러 의견이 오갔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은 휘트머가 트럼프의 정치적 메시지에 연루됐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얼굴을 가렸다고 해석했다.

이날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명령은 △2020년 선거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주장한 전 사이버 보안 책임자에 대한 조사 △트럼프 1기 시절 내부 고발자에 대한 법무부의 조사 등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의제이기도 했다.

미시간 주지사실은 해명에 나섰다. 주지사 대변인실은 휘트머가 집무실에 들어갔을 당시 사전 통보 없이 기자회견이 진행됐다며 "그곳에 갔다고 휘트머가 트럼프의 행동이나 발언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본문 이미지 -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10일&#40;현지시간&#41;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식을 지켜보고 있다. 2025.4.10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식을 지켜보고 있다. 2025.4.10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휘트머는 이후 직접 미시간의 한 대학에 방문해서도 "내가 원했던 것도 아니고 계획했던 것도 아니고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나는 (트럼프의) 많은 발언과 행동을 지지하지 않으며, 미시간을 위해 할 말을 하려고 대통령 집무실에 남았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휘트머가 트럼프에 비교적 협조적으로 나오는 건 지역구인 미시간이 선거마다 치열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대선 미시간주에서는 트럼프가 49.7%를 득표하면서 카멀라 해리스 당시 민주당 후보(48.3%)를 근소하게 제치고 승리했다.

휘트머는 2018년 미시간 주지사로 선출됐고 2022년에는 더 큰 격차로 공화당 경쟁자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하면서 당내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하는 데는 비교적 말을 아꼈다.

그는 지난 1월 AP통신 인터뷰에서 "나는 연방정부 사람들과 협력하고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를 야당의 지도자로 여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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