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강민경 정지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엔을 무대로도 러시아 쪽에 기울어진 모습을 보이며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드러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침공' 언급이 빠진 미국 주도 결의안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됐다. 이와 별개로 유엔총회에서는 미국의 반대를 뚫고 러시아를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채택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 주도 결의안은 15개국 가운데 10개국의 찬성으로 채택됐다. 프랑스·영국·덴마크·그리스·슬로베니아 등 5개국이 기권했다.
이 결의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내용 자체가 빠졌기에 미국의 '대서양 동맹'인 유럽 국가들의 반발을 낳았다.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invasion)을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conflict)'이라고 표현하고 "분쟁의 신속한 종식을 촉구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지속적인 평화를 촉구한다"고만 적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주도 결의안이 러시아의 위법 행위를 조목조목 추가한 우크라이나 측 결의안보다 짧은 4줄짜리이며,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중대한 확전 우려를 제기한다"는 내용도 뺐다고 지적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미국 주도 결의안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한 걸음"이라며 "분쟁의 평화로운 해결에 대한 새 미국 행정부의 의지를 나타낸다"고 만족했다.

같은 날 유엔총회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한 우크라이나 주도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북한·헝가리·벨라루스·이란·이스라엘 등과 함께 반대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주도한 이번 결의안은 전쟁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략으로 규정하고 러시아를 규탄한 기존 유엔총회 결의를 이행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아울러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가 모든 군 병력을 즉시 철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결의안에는 한국을 포함해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이 공동 발의국으로 참여했으며 찬성 94표, 반대 18표, 기권 65표로 가결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주도 결의안에 반대해 신속한 종전과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 내용을 제외한 결의안을 별도로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이후 미국의 결의안에 러시아의 행위를 침공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추가한 수정안이 제출돼 찬성 93표와 반대 8표, 기권 73표로 채택됐다.
유엔 결의안은 유엔에서 채택한 공식적인 문서로, 구속력은 없지만 어떤 사안에 대한 세계의 입장을 보여주기 때문에 정치적 의미가 크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의 리처드 고완은 WP에 미국과 유럽의 분열이 "이라크 전쟁 이후 유엔에서 일어난 서구 열강의 가장 큰 분열"이라며 "어쩌면 훨씬 더 근본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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