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성공 뒤에 美 규제…"中, 길 막히자 자체 기술혁신 매진"

"중국, 美규제로 인해 다른 길 선택…암시장 거래도 활발해 규제 한계"
"딥시크 성공 검증 필요…규제 없었으면 더 성공했을 것" 반론도

중국 AI 업체 딥시크의 로고.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중국 AI 업체 딥시크의 로고.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 Seek)가 개발한 AI모델이 전 세계에 충격을 주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규제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딥시크가 최근 선보인 AI 챗봇 'R1'에 투입한 비용과 훈련에 사용된 칩이 기존 모델보다 현저히 적은 데다 성능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R1에 투입된 비용은 557만 6000달러로 오픈AI가 최신 챗GPT에 투자한 1억 달러의 20분의 1 수준이다. 또한 훈련에 사용된 전용 칩은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H100을 다운그레이드 시킨 H800이고 칩도 약 2000개밖에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AI업체들이 챗봇을 훈련시키는 데 사용하는 칩이 1만 6000개인 것과 비교할 때 현저히 적다.

미국의 대중규제 오히려 '역효과'…"이제 판이 바뀌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딥시크의 성공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의 AI칩 대중국 수출 규제가 역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존 빌라세노 UCLA 공학 및 법학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AI칩 수출 통제는 중국을 저지하는 대신 중국이 혁신하도록 유도하면서 중국의 AI 역량을 가속화하고 있을 수 있다"며 "규제가 그들(중국)을 혁신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개리 마커스 AI 연구자는 뉴스레터 구독 플랫폼 서브스택을 통해 "우리는 실수로 중국의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줬다"며 "이제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제프리 딩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AI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의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딥시크를 비롯한 다른 중국 기업들은 훈련 비용과 컴퓨팅 비용을 줄이면서도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미국, 수출 규제 시기도 늦어…암시장 거래도 활발

일각에선 미국의 대중국 AI 수출 규제가 시기적으로 늦었으며 미흡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딥시크가 R1에 사용한 H800 칩은 미국이 수출 규제를 실시한 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위해 개발한 AI 칩으로 미국이 H800까지 규제하는 데 약 1년이 걸렸고, 그동안 중국은 H800 칩을 대량으로 비축했다는 이유에서다.

랜드연구소의 지미 굿리치 기술 분석 선임 고문은 "바이든 행정부가 더 신속하게 대응해 H800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면 딥시크가 R1을 개발하는 데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 중국에 대한 AI칩 수출을 규제하고 있으나 밀수와 암시장에서의 거래는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엔비디아와 미국 정부가 밀수 규모가 제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해 중국에서 제한된 AI 기술이 활발히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11개 기업 대표들이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A100, H100을 포함해 금지된 칩을 판매하거나 운송했으며 온라인에서도 해당 칩들을 판매하는 수십 개의 기업이 발견됐다. 중국 선전의 한 판매업자는 2000개 이상의 최첨단 엔비디아 칩이 포함된 약 1억 3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본문 이미지 - 중국의 AI 업체 딥시크와 월가에 AI 열풍을 일으킨 챗GPT를 합성한 시각물.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중국의 AI 업체 딥시크와 월가에 AI 열풍을 일으킨 챗GPT를 합성한 시각물.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딥시크 성공 검증해야…스푸트니크 모먼트 아닌 포템킨 모먼트일 수도

검증되지 않은 딥시크의 성공을 근거로 중국에 대한 규제의 효과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들도 나온다.

제프리 소넨펠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CNN에 보낸 이메일에서 딥시크의 성공에 대해 "'스푸트니크 모먼트'(Sputnik moment)인지 '포템킨 모먼트'(Potemkin moment)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스푸트니크 모먼트는 기술 우위에 있던 국가가 후발주자에게 따라 잡히면서 충격을 받는 순간이며, 포템킨 모먼트는 가짜 현실을 뜻한다. 즉 딥시크의 성공의 진위 여부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B.라일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딥시크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며 딥시크의 성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마틴 초르젬파 선임연구원도 "딥시크의 현재 성과를 보고 우려하는 사람들은 (딥시크가) 미국 경쟁업체들이 가진 월등한 컴퓨팅 자원에 접근했을 경우에는 더욱 걱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NYT는 중국이 미국과의 AI 기술 격차를 좁히고는 있지만 딥시크가 여전히 엔비디아 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아직 중국의 추격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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