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둘러싸고 대만 내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 친중 성향 국민당은 민진당 정부가 미국에 환심을 사기 위해 협상 카드로 TSMC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집권 민진당은 오히려 국민당이 대만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6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TSMC의 웨이저자 회장은 지난 3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후 미국에 1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통해 향후 수년간 5개의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TSMC가 미국에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반도체에 최소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국민당은 라이칭더 총통이 왜 대만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산업을 매각하려 하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며 국가 안보에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훙슈주 전 국민당 주석도 "TSMC가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한 가드가 됐다"며 "이는 대만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중화민국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진당 한잉 대변인은 전일 기자회견을 통해 "마잉주 전 총통이 한 때 반도체를 중국 본토에 내어주려 했다"며 "이것이야말로 대만의 이익을 진정으로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당 마잉주 총통 재임 시절인 2015년 중국의 주광그룹이 TSMC를 인수하고 미디어텍을 합병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한 대변인은 "국민당은 중국 본토에 맞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반도체조차도 남에게 양보하려 했다"며 "이것이야말로 국가 안보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TSMC의 글로벌 진출은 기업의 전략적 고려 사항"이라며 "국민당은 TSMC가 USMC가 될 것이라고 여러차례 주장해왔으나 사실상 실현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우정 대변인 역시 "국민당은 지난 10여년간 계속해서 대만을 위협하며 본토의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 대만은 미래가 없다는 주장을 지속해왔다"고 덧붙였다.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정책에 보조를 밪추고 TSMC가 대미 투자를 확대한 데 대해 중국도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펑롄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민진당 당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쫓아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협상 카드로 삼고 있으며 심지어 기업을 '기념품'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주쑹링 베이징연합대 대만연구소 교수는 "TSMC가 10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전략적 필요보다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 반도체 산업인 TSMC가 미국의 통제하에 놓이게 되면 전략적 중요성을 잃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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