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선포한 '30시간 부활절 휴전'이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재로 시작된 휴전 협상이 여전히 교착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주 (휴전) 합의를 기대한다"고 언급해 협상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논의해 온 광물협정을 이번주 체결할 예정이다.
모스크바 시간 21일 0시(한국시간 21일 오전 6시)를 기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선포한 30시간의 부활절 휴전이 연장 조치 없이 종료됐다.
우크라이나와의 합의도 없이 선포한 일시적 휴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한쪽 때문에 전쟁 종식이 어려워지면 중재 노력에서 물러나겠다고 경고성 발언을 내놓자 이를 의식해 보여주기식 휴전을 꺼내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푸틴은 트럼프의 중재 하에 지난달 30일간의 에너지 시설 및 흑해 해상 휴전에 잠정 합의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조건으로 내걸며 사실상 휴전 이행이 이뤄지지 않은 채 30일이 다 흘렀다.
30시간 휴전 중에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양측은 이 기간에도 서로 공격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0시간 휴전' 종료 직후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가 부활절 하루 휴전 약속을 위반해 가한 공격이 2935회에 이른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이번 상황으로 푸틴이 자신의 군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거나 진정으로 전쟁 종식을 원하지는 않고 오직 자신들에게 유리한 홍보 효과에만 관심이 있음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또한 "부활절 이후 30일간의 전면 휴전 제안이나 민간 인프라 휴전 연장 제안에 대해 러시아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는 휴전에는 휴전으로, 러시아의 공격에는 방어 차원의 공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휴전 후에도) 러시아 진지를 444차례 포격했으며 900차례 이상의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성과 없이 30시간 휴전이 종료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올린 짧은 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번주 합의를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전에 합의하면) 양국 모두 번성하는 미국과 큰 사업을 시작해 큰 부(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의를 이루는(Make a deal) 대상은 '휴전'으로 보이는데, 더 이상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아, 단순히 양측의 휴전을 압박하는 것인지 아니면 휴전 협상에 실체적인 진전이 있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번주 그동안 논의해 온 광물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아마도 24일'을 언급했으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26일쯤'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광물협정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과 관련 인프라에 접근하고 그 개발이익의 일부를 공유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를 지원하는 재건투자 기금을 함께 설립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데니스 슈미칼 우크라이나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사전 단계로 미국과 서명한 광물협정 의향서(MOI)를 공개한 바 있다. 의향서에는 미국이 향후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측은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국가들과의 종전 회의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장기 휴전을 맺으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어주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 제안은 전쟁을 사실상 현 위치에서 동결하고 러시아가 전쟁으로 점령한 우크라이나 땅을 계속 통제하에 두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관해서는 언급이 안 돼 있다. 사실상 러시아 측의 요구 사항을 대부분 들어 주는 내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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