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전을 위한 협상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개시했다고 기습적으로 밝히자 유럽 국가들이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인 '트루스 소셜'에 "푸틴과 나는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며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는) 매우 길고 생산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수백만명에 이르는 희생을 멈추는 데 동의했다"며 "서로의 국가에도 방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양국 모두에서 확인된 첫 대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은 "종전 협상을 언제 어떻게 시작할지는 우크라이나가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공동 성명을 내고 "우리의 우방인 미국과 (종전 협상을) 함께 해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리의 공통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피트 헤그세스 신임 국방부 장관이 종전 협상에 관해 러시아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왔다.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를 찾은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전 영토를 회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현실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에 미 병력이 투입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측의 요구 조건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해당 발언에 대해 한 유럽측 나토 관계자는 EU 전문 매체 유렉티브(Euractiv)에 "종전 협상 시작도 전에 우크라이나의 선제적인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유럽외교부 장관은 "유럽 참여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지속 가능한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날레나 배어보크 독일 외무장관과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도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내려질 수 없다"고 공격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후 자신과도 통화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도 평화를 원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라며 "우리는 미국과 함께 러시아의 침략을 저지하고 지속 가능하고 확고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다음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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