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러시아의 우크리아니 침공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유럽 냉대로 인해 더욱 가속화한 독일 재무장이 침체에 빠져 있던 제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냉정 이후 최대 규모인 독일의 재무장은 산업 전환의 신호탄"이라며 "방위 산업의 생산 증대가 제조업 일자리 감소를 마주한 근로자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춘다"고 보도했다.
독일 방산업체 KNDS는 작년 동부 괴를리츠에서 철도 제조업체 알스톰이 폐쇄하기로 한 공장 부지를 인수했다. 176년간 기차를 만들던 이 공장은 내년부터 레오파르트2 전차와 푸마 보병전투차 부품을 생산한다. 공장 노동자들은 이제 기차가 아닌 탱크를 만들게 됐다.
플로리안 호엔바르터 KNDS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괴를리츠 공장 인수 이유를 놓고 "최고 품질의 전차 부품 생산에 필요한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숙련된 용접공을 의미)들이 이미 여기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자동차, 기계공학, 화학 관련 제조업은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위기 속에 오랫동안 신음해 왔다. 알스톰 역시 비용 절감을 위해 저임금 국가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면서 철도 생산 공장을 폐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독일에선 제조업 일자리 25만개가 사라졌다. 세대를 잇는 제조업 종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던 건 옛말이 된 지 오래다. FT는 "독일의 역사적 재무장이 한 줄기 희망의 빛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2020년 이후 방위비를 대폭 늘리는 추세다. 최근에는 차기 총리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SPD) 대표의 지휘 아래 헌법상 '부채 브레이크'를 개정해 국방비 증액의 기술적 장벽을 없앴다.
방위산업이 활기를 띠면 무기를 생산할 숙련공에 대한 기업들 수요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라인메탈, 디엘 디펜스,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 MBDA 등 독일 주요 방산업체 4곳은 3년 사이 고용을 40% 넘게 늘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벤자민 힐란 애널리스트는 "적합한 인력을 찾아 교육하는 것이 사업 확장을 원하는 군수업체들의 중요한 과제"라면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자동차처럼 위축된 산업의 노동자를 영입한 뒤 재교육하는 용도 변경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방산업계로 유입되는 제조업 일자리는 여전히 일부에 불과하다. 독일 국민들이 자신의 노동력이 군사적 용도로 쓰이는 것을 얼마나 용인할지도 미지수다. 독일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반대하는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원내 제2당 자리를 꾀차며 세력을 키우고 있다.
독일 금속노조의 조직자 악셀 드레셔는 제조업 일자리 보존은 환영하지만 탱크와 군수품이 전쟁에서 계속 소모되지 않는 한 방위산업 확장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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