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최근 유럽 내 자력 안보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정상들이 8000억 유로(약 1250조 원)의 방위비를 조성하는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계획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27개의 EU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서 방위 역량 강화를 위한 1500억 유로 규모의 대출 등 새로운 방위비 조달 이니셔티브에 지지를 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일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시 재정준칙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EU 예산을 담보로 1500억 유로(약 230조 원)를 담보로 회원국들에 방공체계·미사일·드론 등 무기 조달을 위해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U는 이같은 방식으로 8000억 유로의 방위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있어 분수령이 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유럽의 방위를 강화하기 위한 중대한 움직임"이라며 "우리는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며 약속한 것을 이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억제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재무장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선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가디언은 "각국 정부가 유럽위원회가 제안한 재정준칙 유예안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러시아 기조로 미국의 안보 보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유럽에서는 자강론이 확산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안보를 위한 프랑스의 핵우산론을 꺼냈고, 독일의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수천억 유로 규모의 방위비 투자를 발표했다.
다만 EU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관련 공동성명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중단한 상황 등에 관해 공동성명을 준비했으나, 친(親)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EU의 성명에 반대하며 나머지 26개국 지도자들만 성명에 동참했다.
EU 회원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협상이 있을 수 없다"며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려면 우크라이나가 가능한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어야 하며,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군사 및 방위 역량이 필수 요소"라고 밝혔다.
이어 "EU는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 및 동맹국과 협력하여 우크라이나와 국민에게 향상된 정치, 재정, 경제, 인도주의, 군사 및 외교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공동성명에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부과하고 기존 제재를 보다 효과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역시 EU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한데, 오르반 총리가 반대하고 있는 만큼 EU와 헝가리 간 추가적인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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