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티칸=뉴스1) 김지완 기자 = 23일(현지시간) 오전 11시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안치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일반인 조문이 시작됐다. 교황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려는 수천 명의 조문객들이 몰렸다.
이날 이탈리아 로마의 날씨는 섭씨 약 21도로 비교적 더운 편이었다. 구름 한 점 없어 태양 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탁 트인 광장엔 이를 피할 공간도 없었지만 조문객들은 안내에 맞춰 침착하고 참을성 있게 줄을 섰다. 많은 사람은 양산으로 햇볕을 가렸지만, 더운 날씨로 여러 사람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어린이를 데려온 가족들도 많았으며, 어린이들은 칭얼대지 않고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일부 부모는 어린 자녀를 목말을 태우기도 했다. 휴대폰으로 조문 과정을 인터넷에서 생중계하는 여성도 있었으며, 한 백발의 노년 여성은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면서 가족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서너 시간을 기다려 조문에 나섰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국적도 다양했다. 이탈리아인이 가장 많았지만 스페인어, 독일어도 많이 들렸다. 일부 단체 관광객은 멕시코 국기를 높이 세워 따라갔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 국기를 챙겨온 사람들도 보였다. 한국인 신부 3명도 눈에 띄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몰려온 탓에 줄은 약 5분에 한 번 움직일 정도로 천천히 움직였다. 성 베드로 광장 중앙에서 줄을 서기 시작해 대성당 안에 들어가기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대성당 안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조용해졌고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성당에 들어서면서 연신 성호를 긋고 기도를 올렸다. 성가가 들리자 한 신부는 작은 목소리로 이를 따라 불렀다.
4명의 스위스 근위병이 지키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에 가까워질수록 더 엄숙한 기운이 흘렀다. 시신이 보이자 다시 곳곳에서 성호를 긋거나 기도를 올렸다. 조문객들이 시신 앞에서 잘 움직이지 않자 안전 요원들은 "멈추지 말고 움직여 달라"고 재촉했다.
드디어 눈앞에 교황의 모습이 들어왔다. 가장 평온한 모습으로 조문객들을 맞고 있었다. 교황청이 이날 새롭게 공개한 글(동료 추기경 저서에 넣은 서문)에서 교황은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 무언가의 시작"이라고 말한 사실이 떠올랐다. 교황은 "(죽음을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본 적 없는 삶을 살게 된다. 바로 영원"이라고 했다.
특히 이전 교황들처럼 3개의 관을 사용한 삼중관이 아닌 목관 하나로만 된 관이 눈에 들어왔다. 과거 허리 높이의 관대 위에 비스듬히 누워 조문객들을 맞던 것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은 거의 바닥에 내려져 '낮은 곳에서' 사람들을 맞았다. 모두 '빈자들의 친구'였던 검소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꿔놓은 것들이다.

시신이 안치된 공간 옆쪽에는 기도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의자와 무릎을 꿇고 기도할 때 쓰는 장궤가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서 일부 조문객들은 장궤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감싸 쥐거나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있었다.
조문을 끝내고 나온 뒤 성당 밖에서 만난 영국 런던 출신의 마이클(23)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을 보고 "큰 슬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일 부활절 미사에 참석해 이날 깜짝 등장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볼 수 있었다. 이후 바로 다음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것에 대해 "그의 건강이 좋지 않았으므로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며 "(부활절 미사에) 그를 볼 수 있어서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그는 "책임감 있고 신앙심이 깊었다"며 차기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기독교 가치를 잘 지켜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베드로 광장 중간에서 줄을 서기 시작해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시간에 달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아침보다 더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성베드로 대성당은 이날 밤 12시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24일에는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장례 미사 전날인 25일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만 대중에 개방된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