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이탈리아의 재벌 가문이 홍콩 대기업인 CK허치슨홀딩스으로부터 해상 무역의 요충지인 파나마의 항구 43곳을 매수하는 데 나섰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탈리아의 터미널 인베스트먼트(TiL)가 파나마의 항구 43개를 매입하려는 그룹의 주요 투자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TiL은 이탈리아의 억만장자 지안루이지 아폰테 가문이 경영하는 회사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시 TiL은 파나마에 있는 항구 중 2개를 제외한 모든 항구를 소유하게 된다. 항구 2개는 미국의 사모펀드 블랙록이 51%, TiL이 49% 통제하게 된다.
소식통들은 이 거래가 아직 실사, 세금 및 회계 점검, 항구가 위치한 규제 기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TiL 측은 항구의 관리와 현행 운영 규칙을 변경하지 않는 조건을 약속했다. 터미널의 대다수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것이며 차별 없이 모든 선사에 개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를 중국이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불만을 표한 바 있다. 파나마 운하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바쁜 수로로 미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40% 이상(연간 2700억 달러)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에 대한 통제권 환수를 주장하며 군사력 사용도 시사했다. 이에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CK허치슨과의 파나마 항구 운영 계약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2월에는 중국과의 일대일로 협정을 탈퇴하는 등 '미국 달래기'에 나섰다.
CK허치슨은 지난달 항만 운영권 90% 지분을 미국 사모펀드 블랙록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약 190억 달러(28조 원)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이번엔 중국 정부의 반발로 거래가 중단됐다. 주요 항구 항만운항권은 유사시 군수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데, 리카싱이 중국 정부와 상의 없이 파나마 운하 운항권을 미국에 넘기려하자 중국 지도부가 격분한 것이다.
소식통은 CK허치슨이 매수자로 TiL을 선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아폰테 가문이 리카싱과 오래된 사이이며, CK허치슨은 이들이 항구를 잘 관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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