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의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가 독일의 국방비 증액 결정이 "게임 체인저"라면서도 실행 방식에 있어서는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드라기는 이날 홍콩에서 열린 HSBC 글로벌 투자서밋의 패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드라기는 국방비 증액 규모와 헌법 개정이라는 결단 때문에 독일의 이번 결정을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드라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동으로 인해 유럽 정치인들이 손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언행과 조치가 유럽 안보 불안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드라기는 트럼프의 메시지에 대해 "스스로 방어하지 않으면 무방비 상태이며 시간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새로운 상황에서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것은 러시아라는 적국을 감안하면 매우 유쾌하지 않다(not very pleasant)"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정책 변화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드라기는 현 상황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독일은 재무장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은 트럼프 관세라는 문제에도 직면했다.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유럽연합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로 대응했다. 또 트럼프는 4월 2일을 미국 해방의 날로 명명하며 동맹을 포함한 모든 해외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EU 강경파는 더 강한 보복을 요구하지만 드라기는 EU가 미국이나 중국보다 무역 의존도가 훨씬 높다는 점에서 보복에 집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관세 장벽은 우리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보복 여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차기 총리는 연립정부 구성을 논의하는 정당들과 국방비 증액과 개헌에 정치적 합의를 도출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유와 평화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라는 표현은 드라기가 ECB 총재 시절 채무 위기에서 유로화를 구하겠다고 맹세하면서 사용했다. 이 표현이 메르츠 차기 독일 총리의 입으로 다시 나오면서 드라기도 다시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드라기는 당시 독일, 프랑스 등 강대국들이 국가부도 위기였던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의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냈고 유로존을 채무위기에서 구해내면서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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