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3만 명 미만의 유럽군 배치와 미국의 후방 지원 병행을 골자로 하는 전후 안보 구상을 미국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번주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럽군의 휴전 감시 방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스타머는 러시아의 휴전 합의 위반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동유럽에 미군 전투기와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설득할 계획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스타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유럽의 우크라이나 파병 구상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이 구상에 따르면 유럽군을 주축으로 한 3만 명 미만의 군대가 우크라이나 도시와 항구, 원자력발전소 등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주요 기반시설에 배치된다.
병력 규모 측면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에 요구한 평화유지군 규모(20만 명)에는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병력이 적기 때문에 러시아와 타협이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경과 떨어진 곳에 배치되는 만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이 러시아군과 직접 대치하지도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서방 관리는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지 않는 대신 우크라이나를 기술적으로 감시하는 것"이라며 "드론과 항공기, 인공위성을 통한 첩보·감시·정찰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영공 재개방과 상업용 항공편의 재개를 위해 잠재적인 공격을 감시하고 차단하는 임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구상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파병하지 않는 대신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배치된 전투기로 러시아의 재침공에 대비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유럽의 해군 경비함을 흑해로 파견해 상업용 무역선의 활동을 보호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럽의 파견 병력에 평화유지군이나 평화집행군, 억지군 등의 명칭이 붙지 않는 건 휴전 또는 정전 협정이 성립할 경우 유럽군의 개입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번 보도는 트럼프가 유럽군의 우크라이나 주둔 방안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나왔다.
다만 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내 다른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내 병력 배치에 반대하고 있어 이 구상이 실제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한 유럽국 관리는 텔레그래프에 나토의 집단방위 조약 5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우크라이나에 주둔한 나토군까지 포괄하지는 않지만 일부 국가들이 이 조항의 적용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마크롱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회담한 뒤 "유럽이 더 많은 안보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인식하에 우리는 힘을 통한 평화라는 생각을 전적으로 공유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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