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스1) 권혁준 기자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 같은 선수다."
친구 김혜성(26·LA 다저스)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이렇게 말했다. 빛나지 않아도 팀에 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극찬'이었다.
이정후는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로 출국했다.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 이정후의 2년 차 시즌 각오와 더불어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김혜성에 관한 것이었다.
이정후와 김혜성은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 대표팀을 함께 하며 동고동락해 왔다. 고교 졸업 후엔 나란히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아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직전인 2023년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이정후가 지난 시즌을 앞두고 대형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진출했고, 1년 뒤인 올해엔 김혜성이 뒤따랐다. 김혜성은 이달 초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에 사인하며 꿈을 이뤘다.
특히 이정후와 김혜성의 소속팀인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팀이자 전통의 라이벌이기도 하다. 김혜성이 빅리그 로스터에 진입한다면 자연스럽게 이정후와의 맞대결이 자주 성사될 수밖에 없다.

이정후 역시 친구의 경사를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는 "(김)혜성이가 미국에 가기 전에 만났고, 포스팅을 진행하면서도 연락을 주고받았다"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 내가 아는 부분은 다 이야기해 줬는데, 결국 정말 좋은 결정을 했고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함께 경기한다고 해도 경기 중엔 특별한 느낌을 받을 겨를이 없을 것 같다"면서 "일단 같은 지구에서 경기하게 돼 감회가 새롭고, 나 역시 똑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해 서로 힘내자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김혜성이 빅리그 입성에 앞서 이정후에게 여러 정보를 물었듯,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동료들 역시 이정후에게 김혜성에 대해 물어보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정후는 대뜸 '축구 레전드'를 언급했다.

그는 "김혜성에 대해 물어본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 같은 선수라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빛나지 않아도 팀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력적으로는 내가 뭐라 평가할 수 없을 만큼 이미 뛰어난 선수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뛰며 좋은 기억만 있는데, 미국에서도 함께 뛰게 돼 기쁘면서도 신기하다"며 미소 지었다.
친구와 맞대결을 벌인다면 개인 기록에 대한 경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후는 "기록은 (김)혜성이가 하든 내가 하든, 누가 해도 기분이 좋으니까 상관없을 것 같다"면서 "나는 일단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팀이 이기면 나는 기록이 좋지 않아도 된다"며 웃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