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작은 거인' 신지애(37)가 2025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개막전 선전으로 통산 상금 1위에 등극했다.
과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단일 시즌 상금왕을 차지했던 신지애는 이제 일본 레전드까지 넘어섰다. 적잖은 나이에도 건재함을 보여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신지애는 9일 일본 오키나와현 류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JLPGA 투어 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골프토너먼트(총상금 1억2000만 엔)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가 된 신지애는 이와이 치사토(일본·10언더파)에게 4타 뒤진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JLPGA투어에 뛰어든 신지애는 이 대회 전까지 13억 7202만 3405엔을 획득해 이 부문 2위를 기록 중이었다.
통산 1위인 후도 유리(13억 7262만 382엔)와 채 60만엔도 차이가 나지 않아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순위가 역전될 수 있었다. 후도는 이번 대회에서 컷 탈락하면서 상금을 추가하지 못했고, 신지애가 공동 준우승 상금 872만 엔을 받으면서 상금 순위가 바뀌었다.
신지애의 총상금은 13억 8074만 3405엔(135억 3708만 원). 일본 진출 11년 만에 이룬 쾌거다.

◇ 일찍이 두각 나타냈던 '골프 지존'…한국·미국 섭렵
'박세리 키즈'로 2006년 프로에 데뷔한 신지애는 그해 신인왕과 대상, 상금, 다승, 평균타수 등 대부분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진 탓에 오랜 꿈이었던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출전 대신 프로로 선회했는데 최고의 성과를 내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2007년에는 9승을 거두며 다시 한번 대상, 상금, 다승, 평균타수까지 4관왕에 올랐다.
2008년에는 KLPGA 그랜드슬램에 이어 초청 선수 신분으로 나선 LPGA에서 3승을 거뒀다. 그야말로 '신지애 시대'였다.
LPGA로 본격 진출한 2009년에도 활약은 계속됐다. 시즌 3승으로 신인왕에 올랐고, 상금, 다승 부문도 휩쓸었다. 2010년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라는 이정표를 만들었다.
2011년 무관의 해를 보내긴 했지만, 2012~2013년 다시 LPGA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 LPGA 반납 후 일본행…11년 만에 '상금왕' 달성
한국과 미국에서 이룰 것을 대부분 이룬 신지애는 부담을 내려놓고 골프를 즐기고자 JLPGA투어에 발을 디뎠다. 목표는 통산 상금 1위였다.
무대가 바뀌었지만, 활약은 변함없었다. 지난해까지 JLPGA투어에서 통산 28승을 올리며 레전드 반열에 올라섰다. 그런데 일본에는 신지애보다 12살이 많은 후도라는 레전드가 있어 상금 1위에 오르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후도도 세월을 이겨내지 못했다. 후도의 기량이 갈수록 저하되는 사이, 신지애는 오히려 더 나아지며 격차가 서서히 좁혀졌고 2025시즌 첫 경기에서 둘의 자리가 바뀌었다.
적잖은 나이에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신지애는 앞으로 JLPGA투어에 전념하기로 해 상금 1위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JLPGA 투어 통산 상금 3위 전미정(43)의 13억1983만 엔과는 6000만엔가량 차이가 나 단기간에 역전은 쉽지 않다.
신지애는 이제 JLPGA투어 명예의 전당 입성을 노린다. 올 시즌 2승만 더 채우면 30승으로 입성 자격을 갖춘다.
자국 선수들도 이루지 못한 JLPGA 4대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최초의 그랜드슬램도 바라보고 있다. 신지애는 앞서 JLPGA 투어챔피언십 리코컵, 월드 레이디스 살롱파스컵, 일본여자프로 챔피언십 코니카 미놀타컵을 제패했다.
올해 일본여자오픈만 우승하면 일본 선수도 해내지 못한 그랜드슬램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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