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최근 분위기, 선발 매치업, 야수 전력 등 모두 LG 트윈스가 우위였다. 그러나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때 아닌 우박과 강풍은 두산 베어스의 손을 들었다.
두산은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와 원정 경기에서 9-2로 이겼다.
최근 4연패에서 벗어난 두산은 8승11패로 하위권 탈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두산의 영웅은 경기 중반 결정적인 홈런을 친 제이크 케이브였다. 케이브는 시즌 첫 홈런을 포함해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2득점으로 승리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경기를 지배한 것은 따로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기상 악화로 경기가 네 번이나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는데, LG가 이 변수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두산이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두산-LG전은 전날(12일) 봄비 때문에 늦게 시작됐다. 우천으로 인한 그라운드 정비로 1시간 10분 지연된 오후 3시10분에 개시했다. 그래도 경기 시작 후에는 큰 변수 없이 그대로 완주했다.
이날은 달랐다. 오전부터 잠실 일대 체감 온도는 2도로 한겨울을 연상시키는 추운 날씨였는데, 먹구름까지 잔뜩 꼈다.
양 팀 선수들은 경기 전 몸을 풀 때부터 유니폼 위에 두꺼운 잠바를 껴입고 목토시까지 착용했다. 마치 포스트시즌 경기가 연상됐다.

아무리 방한용품을 착용했다지만, 갑작스러운 추위에 선수들도 평소와 같은 컨디션을 유지할 순 없었다.
특히 1회초 수비에 나서야 할 LG의 타격이 컸다. LG 선발 손주영은 올 시즌 완벽한 제구력으로 3경기에서 3승을 챙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경기 전 날씨를 극복하기 위해 불펜에서 열심히 공을 던졌으나, 첫 타자 정수빈에게 2루타를 맞고 흔들렸다.
이때 강풍과 우박으로 경기가 중단되며 모든 선수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7분 뒤 재개됐으나, 손주영의 어깨는 식은 뒤였다. 손주영은 박계범에게 희생번트를 내준 뒤 케이브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최소 실점으로 이닝을 마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양의지(볼넷), 양석환(안타), 강승호(볼넷)를 내보낸 뒤 김기연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추가 실점했다. 손주영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두산도 비슷한 상황을 맞이했다. 1회말 시작과 함께 비바람이 몰아쳐 7분간 경기가 멈춰 선발 최승용에게 위기가 왔다. 하지만 최승용은 재개 후 홍창기, 문성주를 연속 삼진으로 막고 오스틴 딘에게 내야 뜬공을 유도해 이닝을 마쳤다.
2회말 2사 2루에서도 경기가 중단됐다가 4분 만에 재개됐는데, 최승용이 송찬의를 삼진으로 잡고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반면 손주영은 계속 추위에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4회 박준영에게 안타를 맞은 뒤 조수행에게 투수 방면 희생번트를 유도했는데 마음이 급했는지 1루 대신 2루를 선택해 주자와 타자가 모두 살았다. 이후 폭투 후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아 추가 실점했다.
이후 손주영이 내려가고 이지강이 올라왔는데, 예상보다 이른 등판 탓인지 케이브에게 스리런을 허용하고 고개를 숙였다. 점수는 7-0, 두산의 리드. 흐름이 두산 쪽으로 확 기운 순간이었다.

LG는 4회와 5회 1점씩 만회했으나, 승부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두산은 6회초 이날만 네 번째로 경기가 중단된 상황에서 LG 마운드를 공략해 2점을 추가했고, 결국 7점 차 대승을 완성했다.
승장 이승엽 감독은 경기 후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연패를 끊기 위한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1회부터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고 선수단에 박수를 보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