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내뱉으세요, 더 더 더!"…동네에 나타난 큰 트럭 두 대의 정체

[요즘 질병청 뭐함?] 매년 1만명 선정 '국민건강영양조사' 실시
건강정책 자원 활용하는 '국가대표 통계'…한치의 오차도 허용 안돼

올해 국민건강영양조사 대상자로 선정된 한 시민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4차아파트 앞 검진 차량에서 폐기능검사를 받고 있다.
올해 국민건강영양조사 대상자로 선정된 한 시민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4차아파트 앞 검진 차량에서 폐기능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자,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세요. 이젠 세게 들이마시고 세게 내뱉으세요. 더 더 더 더 더 더!"

지난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4차아파트 앞 도로변.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라는 글씨가 크게 새겨진 큰 트럭 안에 한 시민이 폐기능검사를 받고 있다. "숨을 더 크게 내뱉으라"는 간호사의 말에 이 시민은 얼굴이 벌게지도록 온 힘을 다해 숨을 내뱉었다. 간호사는 "검사 통과를 못해 8번이나 재검을 하는 분도 있는데 정말 잘하셨다"며 다음 검사 장소로 시민을 안내했다.

이 시민이 폐기능검사를 받기 위해 찾은 이 트럭은 바로 질병관리청이 매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위해 조사대상자를 찾아 전국을 다니는 이동형 건강검진 차량이다. 이날도 조사 대상자로 선정된 시민 9명은 각종 검사 장비로 채워진 차량을 번갈아 이동하며 검진을 이어갔다.

검사를 다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반에서 2시간.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조사 대상 가구로 선정된 25가구 63명이 사흘간 머무는 이 검진 차량에서 검사를 받는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위한 이동형 건강검진 차량의 모습.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위한 이동형 건강검진 차량의 모습.

국민건강영양조사는 국민의 건강 및 영양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1998년 도입된 국가 사업이다. 2005년까지는 3년에 한 번씩 조사를 시행했지만 2007년부터는 매년 조사를 해 국민 건강 통계를 발표한다. 조사를 위해 마련된 검진 차량은 1년 동안 전국 192개 지역을 돌며 1세 이상 국민 1만여명(4800가구)을 검사한다. 올해 조사는 지난달 1월 29일 시작해 48주 동안 진행된다.

이 사업을 맡고 있는 질병청은 조사를 통해 나온 통계 결과를 토대로 국민의 건강 위험 행태와 영양 섭취 수준, 유병 현황을 파악해 국민의 건강증진 및 만성질환 예방관리 정책의 효과를 모니터링한다. 또 이 통계는 WHO(세계보건기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에도 제공해 국가 비교 보건 지표로도 사용된다.

질병청 관계자는 "각종 건강 정책 등을 수립할 때 근거 자료로 사용되는 매우 중요한 국가 사업"이라며 "예를 들어 청소년 흡연율이 지난해에 비해 높아졌다면 흡연율을 낮추는 정책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전세계 국가 중 우리 국민의 유병률이나 영양 상태는 어떤지 비교도 해볼 수 있는 국가대표 통계"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이 '국가대표 통계'라고 자부할 만큼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조사대상자의 온몸을 샅샅이 점검한다. △검진조사 △건강설문조사 △영양조사 등 검사 항목만 모두 400여 개에 이른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먼저 검진조사는 신장, 체중, 허리둘레를 측정하는 기본적인 신체계측부터 구강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체성분검사, 골밀도검사 등 97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이를 통해 혈당, 빈혈, 간염, 신장질환 등 국민이 앓고 있는 병을 예측한다.

또 흡연, 음주, 비만 및 체중조절, 경제활동, 건강검진 수검 여부, 수면·정신건강 측정 등 231개 항목의 건강설문조사도 시행한다.

이와 함께 식사 빈도, 채소·과일 섭취빈도 등 식생활조사와 이틀 전 무엇을 먹었는지 등을 묻는 식품섭취조사를 비롯한 66개 항목의 영양조사까지 이뤄진다.

이렇게 세밀한 검진을 통해 나온 결과는 국민 건강 정책을 세우는 자원으로 활용되고 국제 보건기구들에서 대한민국의 건강을 분석하는 데이터로 활용하기 때문에 검사는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다.

검진트럭 두 대를 세우려면 마땅한 공간을 찾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지만 각 지역 보건소나 의료기관에서 검진을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아주 사소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장비와 인력이 달라지면 데이터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데이터 질 관리를 위해 견고하게 조사를 시행한다"며 "예를 들어 한 항목에서 데이터가 갑자기 튀면 전문가들이 모여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분석을 하기 때문에 조사에 맞게 훈련된 인력을 투입하고 질 좋은 장비를 동일하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검진 조사를 수행하기 위해 훈련된 전문조사수행팀 구성원은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영양사 등 40명에 달한다. 여기에 대한가정의학회에서 파견된 전문의가 검진조사를 지도하고 감독한다.

이 때문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참여율도 70.5%를 기록했다. 대상자에 선정돼 조사 참여를 결정하면 검사에만 약 2시간을 할애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건강검진보다 훨씬 상세하게 건강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처음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받으러 왔다는 40대 김 모 씨는 "평소 시간이 잘 안 나 건강검진을 못 받고 있었는데 무상인 데다 검진 항목도 많고 병원을 따로 안 찾아도 집 앞에서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아내 박 모 씨도 "국가 기관에서 하는 거다 보니 신뢰감도 있고 국가건강검진보다 훨씬 자세하게 검사를 해줘 오게 됐다"며 "다시 선정되기 쉽지 않겠지만 또 된다면 다시 검사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나가다 검진 차량을 보고 "나도 받고 싶다"며 문을 두드리는 시민들도 있다. 하지만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토대로 17개 시·도, 동·읍·면, 주택유형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표본가구를 선정하기 때문에 선정된 국민만 참여할 수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지영미 질병청장은 "질병청은 그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최신 건강문제 및 사회·환경 변화를 시의성 있게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올해부터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골밀도검사, 생활기능조사, 폐기능검사도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는 식생활, 식품섭취빈도조사를 인터넷으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식품섭취조사를 위한 24시간 회상 조사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만성질환 예방관리 등 국가 건강정책 수립을 위한 근거 마련과 관련 연구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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