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출동하자 "중국 경찰이지? 관등성명 해봐"…尹지지자 억지에 고통

'가짜 경찰' 도넘은 음모론 확산…신상 유포하고 공개 비난도
경찰 "외부인 위장 불가능"…법조계 "명예훼손·모욕죄 해당"

25일 서울 관악구 과천대로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회원이 남태령역으로 향하는 트랙터들을 통제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25일 서울 관악구 과천대로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회원이 남태령역으로 향하는 트랙터들을 통제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 '○○○ 경위가 가짜 경찰인 이유.'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게시자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근무하던 한 경위를 두고 '가짜 경찰'이라며 조롱하고 비하했다. 경위의 신분을 대신 확인한 경찰관의 얼굴 사진을 함께 올리며 욕설도 빼놓지 않았다. 헌재에 배치된 ○○○ 경위의 소속이 강원경찰청 제1기동대인데, 해당 기동대로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니 같은 이름의 경찰관이 전화를 받았다는 게 의심의 근거다. 게시물은 '부정선거랑 같이 경찰을 패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마무리됐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시위 현장에서 일부 경찰관을 두고 '가짜 경찰'이라며 의혹을 거듭 제기하자 경찰은 해당 주장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를 중심으로 '가짜 경찰'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염색이나 장발을 해서는 안 된다'라거나 '140㎝ 여경은 있을 수 없다'는 식의 외모 지적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해당 경찰관의 얼굴 등 신상 정보를 온라인상에 공유하며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현장에서도 경찰을 향한 비난은 계속됐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트랙터 상경 집회'를 주최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상경을 막겠다며 집결했다.

이날 오후 4시 43분쯤 일부 유튜버의 위협적인 행동으로 상황이 격화되자 경찰은 "지금 즉시 자극적인 발언을 중단해달라"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 따라 이동 조치하겠다"고 경고한 뒤 채증을 시작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중국 경찰을 왜 갖다 놓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경찰은 이날 전농의 트랙터 상경을 통제하고 있었다.

본문 이미지 -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재에 배치된 경위를 향해 '중국 경찰'이라며 온라인 상에 신상을 공유하고 있다.디시인사이드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재에 배치된 경위를 향해 '중국 경찰'이라며 온라인 상에 신상을 공유하고 있다.디시인사이드 갈무리.

"내부에서도 의혹 인지"…경찰관 두발 형태·염색에 별도 제한 규정 없어

경찰청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으며,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실적으로 외부인이 경찰로 위장해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라고 26일 밝혔다.

경찰공무원 복무규정 제5조에는 품위 유지에 관한 원칙이 있을 뿐, 남녀 경찰관의 두발 형태나 염색에 대해 별도의 제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2017년 인천서부경찰서가 내부 지침으로 복장 및 두발 규제를 시도했다가 "경찰을 초등학생 다루듯 한다"는 비판과 함께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서부서 관계자는 논란이 불거지자 "대민 업무가 많은 지구대나 파출소 특성상 제복에 맞게 단정한 용모를 유지하라는 차원에서 보낸 공문이고 강제적인 차원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찰이 중국인'이라는 주장도 비현실적이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경찰관이 될 수 없다. 국가공무원법 제26조(결격사유) 등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사람은 경찰관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개인이 경찰로 위장한 경우 강도 높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신민영 형사전문변호사는 "만약 외부인이 경찰 복장을 착용하고 경찰 행세를 시도할 경우, 형법 제118조(공무원자격사칭죄)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헌재 앞 배치된 경찰이 관등성명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욕설과 비방이 담긴 게시물을 게재한 모습. 디시인사이드 갈무리.
헌재 앞 배치된 경찰이 관등성명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욕설과 비방이 담긴 게시물을 게재한 모습. 디시인사이드 갈무리.

경찰 "명백한 허위사실"…신상유포·모욕성 발언 기재는 처벌 대상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이 '허위 사실'임을 밝힌 상황에서 경찰관 개인의 신상을 공개·유포하고 모욕성 발언을 기재할 경우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김태연 태연법률사무소 형사전문변호사는 "'짱깨 경찰'이나 '공안 경찰' 등 모욕의 의도가 있는 발언과 함께 게시한 경우 모욕죄로 처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장 경찰들은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경찰이 체력적으로 소진되는 것은 물론, '중국 경찰이냐', '시진핑 욕해 보라'며 신분증 제시와 관등성명을 반복적으로 요구받아 정신적 고통도 호소하고 있다"며 "유튜버들에 의해 계속해서 카메라로 촬영 당하는 상황에서 신분 노출 우려도 있어 신분증을 제시하거나 질문에 응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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