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강아지 귀여워"…소음 민감한 반려견 집회·시위 동행에 우려도

이 없는 24세 노견까지…참가자·시민들 "귀엽다"며 관심
전문가 "청력 예민한 반려견에게 스트레스…집회 장소 피해야"

본문 이미지 - 7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반려견 '토비'가 견주의 품에 안겨 있다. 2025.03.07 ⓒ 뉴스1 김민재 기자
7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반려견 '토비'가 견주의 품에 안겨 있다. 2025.03.07 ⓒ 뉴스1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김민재 기자 = "너무 귀엽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반려견 '여름이'가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대통령 경호견'이라는 명찰을 걸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붙인 빨간색 옷을 입은 여름이는 지친 표정으로 반려견용 유모차에 타 있었다.

지나가는 외국인들은 "너무 귀엽다"는 말을 연발하며 여름이의 사진을 찍었다.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 '탄핵 각하' 손팻말을 유모차에 붙인 중년 남성 A 씨는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에게 여름이의 사진을 찍으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2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에서는 반려견과 함께 참여하는 참가자들이 눈에 띈다. 반려견 용품과 이름표 등으로 집회 참가자처럼 꾸민 반려견들에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소음이 심한 집회·시위 현장은 반려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7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 한 중년 여성 B 씨는 "토비는 집회를 좋아한다"며 반려견 '토비'를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B 씨는 한 손에 태극기를 쥐고 반려견을 안고 있었다.

반려견 '토비'는 이가 없는 24세 노견이었다. 토비를 둘러싼 집회 참가자들은 윤 대통령 석방에 환호하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토비는 집회의 소음에 지친 듯 힘없이 B 씨의 품에 축 처져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지지자처럼 꾸민 반려견에 관심을 보이니, 견주들은 현장이 혼란스럽거나 날이 추워도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다.

지난 1월 3일 윤 대통령의 첫 체포영장 집행 당시 한 참가자는 경찰처럼 옷을 입힌 반려견을 데리고 나왔다. 참가자들은 "멸공 강아지가 귀엽다"며 관심을 보였다.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5도로, 반려견은 추위에 떨고 있었다.

찬탄 집회 참가자들도 반려견을 대동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X)에는 '시국이 이래서 같이 나옴 탄핵 가자, 멍!'이라고 쓰인 이름표를 단 반려견의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간보다 청력이 예민한 반려견들에게 집회·시위 현장의 소음이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낯선 사람이 많은 환경도 반려견의 이상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오이세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대표이사는 "큰 소리에 노출이 많이 된 반려견들은 추후 작은 자극에도 반응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며 "심하면 식욕 부진 등 행동학적 문제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부천대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을 노출해야 하는 상황은 사람의 의지이며 반려견의 의지가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많은 낯선 환경에 반려견들이 보호받지 못한 채 노출되면 불안해할 수 있다"고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집회·시위 현장처럼 소란스러운 장소에 반려견을 데려가지 않는 것이다. 최태규 수의사는 "반려견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큰 자극을 받아도 어떤 일인지 모르기 때문에 공포가 심하게 온다. 반복되면 사람을 물거나 도망갈 수도 있다"며 "집회에 데리고 나가는 건 반려견한테는 스트레스인 것을 인지하고 그런 장소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중년 남성 A 씨가 자신의 반려견 '여름이'를 보여주고 있다. 2025.03.13 ⓒ 뉴스1 유수연 기자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중년 남성 A 씨가 자신의 반려견 '여름이'를 보여주고 있다. 2025.03.13 ⓒ 뉴스1 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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