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남해인 권진영 기자 = 지난해 대구대 사회학과가 문을 닫은 데 이어 이른바 '인서울' 대학인 동국대에서 사회학과 폐과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취업 시장 수요에 따라 기초학문의 존폐가 좌지우지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동국대 서울캠퍼스 게시판에는 사회학과 학생회가 올린 '교원 충원으로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제목의 대자보 글이 올라왔다.
동국대 사회학과 학생회는 이 글에서 "정원 20명에 전임 교원 2명, 수도권 사회학과 중 독보적인 꼴찌인 동국대 사회학과의 열악한 현실은 폐과 위기론을 증폭시켰다"며 "사회학과는 교원 충원을 요청했지만, 학교 측 답변은 냉소적이었다"고 밝혔다.
학생회는 이어 "소멸하기 위해 동국대에 입학한 것이 아니다"라며 "언제 학과가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다리기만 하라는 것은 공허한 해결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사회학과는 지난 2022년 9월 교원 초빙 의견을 대학에 제출했지만 현재까지 교원 충원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학의 사회학과의 전임 교원 수(2명)는 다른 서울 사립대학인 고려대 13명, 연세대 10명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아울러 전임교원 2명 중 1명이 4년 내로 정년 퇴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학과 폐과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1988년 40명이었던 정원이 2021년 23명까지 줄어들었다. 여기에 2025학년도 모집 정원이 20명으로 더 줄어든 것도 '폐과설'에 힘을 실었다.
전날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교정에서 만난 사회학과 재학생 A 씨(22)는 "폐과설에 대해 알고 있다"며 "없어질 수도 있는 학과에 다닌다는 불안감도 있고, 인문·사회 계열 학문이 쪼그라드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사회학과 폐과 추진 여부에 관해 "2022년 9월에 마지막으로 초빙 의견이 제출됐는데, 이에 대한 검토 결과가 빠르면 이주 중 나올 예정"이라며 "교원 초빙 여부를 폐과로 연결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학교에서도 우수 교원 충원의 중요성은 십분 인지하고 있으며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회 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이해하는 사회학은 정치외교학, 사회복지학 등 사회과학의 근본이 되는 학문이지만 학생·학부모 선호도와 취업 시장 수요 등이 맞물려 사회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이 통폐합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로 대학 운영이 어려워진 가운데 기초학문이 정부의 연구 재정 지원 사업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대구대 사회학과는 폐과 수순을 밟았다. 당해 11월 대구대에서는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고 2030년까지만 유지될 예정인 사회학과를 추모하기 위해 재학생들이 주최한 '장례식'이 열리기도 했다. 사회학과가 모집 정원이 사라지고 남은 자리는 경찰행정, 보건 재활 등 취업에 특화된 학과가 채웠다.
사람이 살아가며 벌어지는 현상을 탐구하는 사회학과의 존재가 위협받는 경향에 학계에서는 우려를 표했다. 또 인공지능(AI) 시대 사회학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종합대학에서 사회학을 터부시하는 건 근시안적인 관점"이라며 "AI가 발달하는 미래 사회에서 인간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살 것인가를 연구할 수 있는 학문이 사회학"이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인문·사회학을 우리나라가 집중적으로 키우면 전 세계 지성을 이끌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지금 유행만 따라가다 보면 서구 학문을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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