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생활 방역 체계로 전환됐지만 운동장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에요. 잡아도 나오지 않겠다는 회원도 많고, 10년을 같이 한 동호회인데 앞으로 다시 같이 운동할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속 프로야구, 축구 등 프로스포츠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무관중' 리그를 진행 중이지만 그렇지 못한 곳이 있다.
서울 양천구 탁구클럽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으로 코로나19 뇌관으로 꼽힌 생활체육시설이 바로 그곳. 동호인들은 '열린 운동장' 찾기에 여념이 없고, '1인 운동'으로 종목을 선회하는 등 코로나19 시대의 운동법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탁구장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62명으로 어느덧 60명을 넘어섰다.
생활체육시설과 각 동호회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탁구장 특성상 실내체육시설에서 운동으로 마스크를 쓰기 어려웠던 점이 확진 원인으로 꼽힌 가운데 실내 풋살, 농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관련 시설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다.
현재 각 운동장에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시설 입장 시 체온을 측정하고 인적사항을 적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운동에 들어가면 평상시보다 숨이 가쁠 수밖에 없고 마스크를 벗기 일쑤다.
여기에 격한 운동을 할수록 음료수나 물 등도 함께 마시게 되고 공, 라켓 등 용품을 통한 전파 위험 가능성도 쉬울 수밖에 없다.
어느 누가 확진 판정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으리란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운동이기에 시민들은 여전히 운동장을 찾는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체육시설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때 이미 다 막혔고 강화된 방역관리체계 연장으로 아직도 운동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 노원구에서 활동하는 한 조기 축구회 총무 강모씨(33)는 "코로나19로 1년 계약한 운동장이 폐쇄조치 되면서 외부 시합으로 팀을 꾸렸는데 이마저도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실내체육시설뿐 아니라 실외체육시설의 참석률도 많이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테니스클럽은 '신입회원 금지령'이 내려졌다. 아는 사람 단속도 쉽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클럽 총무 김모씨(52)는 "운동장이 열려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데 새로운 이들이 드나들다 확진자가 나오면 순식간에 폐쇄될 것"이라며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신입회원보다는 기존 회원 유지에만 신경 쓸 것"이라고 했다.
운동장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다른 한쪽에선 도깨비 팀이 나오기 일쑤다. 자신이 다니던 동호회에서 운동하지 못한 이들이 지역과 관계없이 '용병'으로 나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온라인에선 이들을 찾고 있다.

기존 운동에서 홈트레이닝(홈트) 등 1인 운동으로 돌아서는 이들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관심이 커진 이슈가 바로 '건강'인데 올여름 소비 트렌드 핵심은 '홈트' 등 집콕 문화 확대다.
실제 등산, 사이클 등 1인 운동 기구 판매가 늘고 있다. G마켓의 경우 지난달 일반 자전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5%나 늘었다. 티몬의 경우 집에서 웨이트 운동을 할 수 있는 홈짐(Home Gym) 세트, 필라테스 관련 용품, 집에서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는 롱보드의 판매량이 이 각각 770%, 553%, 320% 늘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타인과의 거리두기가 생활화되며 이번 여름에는 혼자 즐기는 스포츠·레저 활동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ddakbom@news1.kr
편집자주 ...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실제 그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대한민국을 휘몰아치며 '구석구석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그 현장에서 새로운 변화와 또다른 희망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