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동해 이비슬 기자 = "잘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대구에 처음 온 날은 완전히 밤을 새웠고요. 그 이후에는 하루 4시간 정도 자고 있습니다."
단 몇 마디에 수화기 너머 상대의 피로와 노고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한민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최전선인 대구에 파견된 공중보건의 김형갑씨(29)는 전화를 받는 순간에도 현장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이동 중이라고 했다.
지난 27일 오후 뉴스1과 통화에서 형갑씨는 현재 방역 현장에 제일 필요한 것은 '물품 지원'이라고 했다. 그는 "장갑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처음에는 목이 길고 잘 달라붙는 장갑을 사용하다가 수량이 모자라 목이 짧은 것을 쓰고 또 그것도 수량이 없어서 정부 비축용 장갑도 꺼내 쓰고 있다"고 현장의 실태를 전했다.
형갑씨 지난 25일 처음 대구에 도착했을 때는 '숙박'할 곳이 없어 문제였다고 했다. 그는 "6만원만 주고 원하는 곳에 숙박을 하라는 것이었는데 그 돈으로는 잘 곳이 없었고 숙박 시설에서도 공보의라고 하면 '코로나 때문에 온 것 아니냐'며 투숙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후에 대구시가 직접 나서면서 문제는 해결됐다. 대구시가 호텔과 협약을 맺어 방값을 6만원으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숙박 문제를 넘어서니 또 다른 문제들에 직면했다. 우선 형갑씨는 "저희가 노력해서 조금씩 해결해 나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마스크나 장갑, 가운 등이 모자라다"며 현장의 의료진들이 물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형갑씨 지적처럼 대구 현장 공보의들이 사용할 물품 부족 소식이 전해져 대한의사협회가 나서기도 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황당하게도 공보의는 계약직 공무원으로 정부에 소속된 사람들 임에도 저희에게 물품 지원 요청이 들어온다"라며 "생필품 위주로 현장에 필요한 것을 준비해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형갑씨는 의료진들이 사용하는 세탁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새로운 문제라고 걱정했다. 그는 "옷을 빨아야 하는데 쉽게 세탁할 것들이 아니라 취합을 해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지금 논의가 되고 있다"라며 "현장도 급박하고 생활도 급박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형갑씨는 공보의로서 파견이 되긴 했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대구에서 근무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형갑씨는 최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의 차기 회장으로 뽑혔는데 그와 같이 전남지역에서 근무하던 공보의들이 대구 파견자를 뽑는 명단에서 차기 회장과 지역대표는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소 형갑씨는 '말도 안 된다'며 자신도 대상자에 올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제비뽑기로 당당히 '당첨'이 돼 대구로 향하게 됐다. 그는 "그동안 코로나 관련 업무에 지원자를 뽑을 때마다 지원을 했는데 보건소 인력 차출 계획이 달라져 가지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형갑씨의 아버지는 이날 오전 지병으로 급히 병원에 입원했다. 대구를 벗어날 수 없어 걱정했던 형갑씨는 다행히 대학 시절 은사인 한 교수님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입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형갑씨는 '아버지가 걱정되시겠다. 거꾸로 아버지도 (형갑씨를) 걱정을 하고 계시겠다'고 묻자 "서로 걱정을 많이 하고는 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많이 느끼고 있다"고 한 뒤 다시 대한민국의 방역 최선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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