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제도 남용 방지 필요성 커"…헌재도 우려한 野 '줄탄핵'

정형식·조한창 "연속 탄핵으로 국정마비 가능성…헌법이 허용한 상황 아냐"
검사 3인 선고 땐 "정치적 목적있었어도 탄핵소추권 남용이 아냐"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공동취재) 2025.3.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공동취재) 2025.3.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김민재 기자 =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소추를 기각한 가운데, 일부 재판관들이 줄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를 우려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헌재는 지난 13일 검사 3인의 탄핵 심판 선고 때는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불과 10여일이 지난 이날 선고에서는 일부 재판관이긴 하지만 재판관들이 직접 강한 어조로 탄핵 제도 남용을 방지해야한다며 변화된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 움직임을 보이자, 헌재가 정치권에 확실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5인 기각, 1인 인용, 2인 각하 의견으로 청구를 기각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특히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를 '과반'으로 판단한 다수 의견과 달리 '200석'으로 봐야 한다는 각하 의견을 밝히면서 정치권의 거듭된 탄핵에 대한 우려를 직접 언급했다.

정 재판관 등은 "헌법 제65조에 근거한 탄핵소추는 적법하게 선출 임명된 대통령 내지 고위 공무원 등의 직무를 정지하는 효과를 가지는 만큼 이는 엄격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비상사태에서 도입되는 체제이기에 그 체제하에서는 대내적 혼란을 방지하고 국정 안정을 확보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고 대외적으로도 외교·국방·통일 등에 대한 안정성 및 통일성 확보의 필요성이 크다"면서 "따라서 위와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추가적 혼란 발생의 방지 등을 위해 탄핵제도의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은 더욱 크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정 재판관 등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본래 직위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만으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위원들을 대상으로 연속적인 탄핵소추가 가능하게 되고 극단적으로는 국정 마비의 가능성이 우려된다"면서 "우리 헌법이 이러한 상황까지 허용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일부이긴 하지만 헌법재판관들의 이같은 태도는 지난 13일 진행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탄핵 심판 선고 때와는 상당히 달라진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헌재는 당시 만장일치로 이 지검장 등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를 기각하면서도 야당의 탄핵소추에 대해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설령 정치적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탄핵소추권 남용이 아니라고 봤던 헌재가 한 총리 사건에선 헌법재판관 일부이긴 하더라도 강한 어조로 공식적으로 '탄핵 제도의 남용'을 지적하면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 추진을 심각하게 보고, 정치권에 강한 경고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검사 3인 탄핵소추 기각 당시 '탄핵소추권 남용'에 대한 헌재의 메시지를 두고 여야가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면서 혼란이 거듭된 데다 야권이 이를 명분으로 또 다시 최 부총리 탄핵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헌재가 검사 3인 선고 당시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헌법과 법률이 아니라 국회 다수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무도한, 무리한 시도였다"고 야당의 줄탄핵을 비판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헌재가 탄핵 남발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했다고 맞섰다.

이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은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미임명 상태를 지속하자 지난 21일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30번째 탄핵안이다.

법조계에서도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제도 남용에 경종을 울리려면, 의결정족수를 200명으로 보고 각하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소추권 남용을 막아야하는 것 자체는 맞다"면서 "의결정족수로 제한하는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탄핵 남용으로 인한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 어떤 장치를 둘 것인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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