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붕괴사고가 13년 전 발생한 구례터널 붕괴사고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고 모두 같은 투아치(2-arch)공법이 적용됐으며, 구례 붕괴사고의 원인이었던 취약 지반과 보강 미흡 문제가 이번 사고에서도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충남 구례터널 공사 현장에서는 2012년 1월과 2014년 7월 두 차례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현장에서도 투아치 공법이 적용됐다.
투아치 공법은 아치형 중앙 터널을 먼저 뚫고 기둥을 세운 후 그 옆으로 양쪽 터널을 추가로 뚫어 확장하는 방식이다. 특히 중앙벽체는 좌우 터널 시공 시 하중을 지탱하는 핵심 구조물로, 이를 제대로 설계·보강하지 않으면 붕괴 위험이 커진다.
감사원이 2016년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구례터널의 1차 붕괴는 암석이 잘게 부서진 '단층파쇄대' 구간에서 구조물에 과도한 지반 하중이 가해져 발생했다. 2차 붕괴는 1차 사고 이후 남은 구간을 제대로 보강하지 않아 유사한 방식으로 발생했다.
이번 신안산선 붕괴 사고의 시공 구간에서도 일부 단층파쇄대의 존재가 2년 전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됐다. 감사원이 2023년 1월 발표한 '광역 교통망 구축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신안산선 제5공구(시흥시청~광명) 구간 중 경우 터널 시점으로부터 약 19㎞ 떨어진 구간에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일부 단층파쇄대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원은 해당 구간에 지반상태가 매우 불량한 5등급 상태인데도 터널 설계에 지반 솟아오름에 대응하는 원형 콘크리트 시설물인 인버트를 설치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이처럼 구례터널과 유사한 구조적 취약성이 확인되면서, 향후 사고 원인 규명 과정에서 지반 조건과 보강 설계의 적절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기둥이나 보에 하중이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전단파괴 현상이 의심된다"며 "지반이 연약한 상태에서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붕괴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시행사 넥스트트레인의 변위 발생 보고서에 따르면 붕괴 약 17시간 전 터널 내부 중앙 기둥이 파손된 정황이 확인됐다.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터널 좌측의 과도한 측압을 지목하고 있다.
국토부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전문가 중심의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붕괴 원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만큼, 전문가들을 모아 객관적인 사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 13분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이던 신안산선 5-2공구 지하터널 상부 도로가 함께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포스코이앤씨 소속 A 씨가 실종됐으며, 경찰은 A 씨의 구조가 이뤄지는 즉시 유관 기관과 함께 합동 감식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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