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인 개포동 구룡마을이 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주민들의 이주 보상안 수용이 과제로 꼽힌다. 전체 가구 중 약 34%가 아직 집을 옮기지 않아서다.
이달 중 철거에 들어가는 성뒤마을 역시 주민 보상 때문에 철거 작업이 5년이나 늦어졌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구룡마을 전체 1107가구 중 736가구(66.5%)만 이주를 끝냈다. 이주하지 않은 경우는 총 371가구(33.5%)다. 이는 실제 거주하는 206가구와 다른 곳에 생활하면서 잠깐 들르는 165가구를 합친 규모다.
미이주 가구는 서울시가 보상안으로 제시한 구룡마을 인근 임대주택 이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대신 이들은 아파트 분양권 또는 땅을 싼값에 살 수 있는 권리(토지매입권)를 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허가 판자촌은 불법 점유에 속하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기는 어렵다.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무허가 건축물 거주자라도 1989년 1월 24일 이전에 실거주했다면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주하지 않고 남아있는 주민 대부분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거주지가 '건축물'이 아니라 '공작물'로 분류돼 있어 거주 사실 확인서 발급이 불가한 상황이다. 따라서 구룡마을 전체 가구 중에 분양권을 받은 사람이 없다.
현재 시는 2029년 구룡마을에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 600가구를 포함한 3800여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연내 이주 완료가 목표인 만큼 미이주 가구를 대상으로 이주를 최대한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속한 이주를 위해 임시이주 신청자를 대상으로 임대보증금 전액 면제, 임대료 감면률 20%포인트(p) 확대(40%→60%)를 지원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모든 주민이 이주하도록 하는 게 목표이고, 하반기 빈집부터 부분 철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강남권 판자촌인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도 보상 문제 때문에 재개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초 2019년 안에 보상 절차를 끝내고 2020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사업이 지연돼 왔다.
지금은 보상 문제가 완료됐고, 이달 중 철거 공사를 착공하는 게 목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관계자는 "현재 주민들의 이주는 거의 완료된 상태"라며 "구체적인 철거 착공 일정과 관련해서는 서초구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남 개포동 달터근린공원 복원 사업도 판자촌 주민들의 보상 문제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
공원 내 달터마을 주민들은 2015년부터 이주를 시작했으나, 전체 285가구 가운데 183가구(64%)만 거처를 옮겼다.
woobi123@news1.kr